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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주간경향

‘오바마의 아프간 전략’ 성공할까 (2009 02/24ㅣ위클리경향 813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오바마가 테러와 전쟁의 주 무대를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기기로 함에 따라 그의 아프간 전략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오바마는 취임 후 국가안보위원회(NSC) 소집, 리처드 홀브룩 아프간·파키스탄 특사 임명, 아프간 전략 검토 지시 등 아프간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아프간 현실이 당초 기대한 것보다 심각한 데 따른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신중한 태도는 지난 2월 8일 독일 뮌헨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고위 관계자들의 잇단 발언에서 확인된다. 홀브룩 특사는 “이라크보다 아프간 상황이 더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아프간은 미국만의 고민이 아닌 세계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지난달 말 아프간전에 대해 '멀고 먼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오바마의 아프간전에 대한 전문가들의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알렉산더 대왕에서부터 탈레반의 몰락까지의 군역사>의 지은이인 스티븐 태너는 최근 CNN방송 인터뷰에서 “탈레반을 단속하려 하면 실패한다”면서 “탈레반은 더 이상 과격분자가 아니며 아프간 정부로 끌여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진보센터(CAP)의 캐롤라인 워드햄스는 //“오바마가 아프간 경찰에 대한 훈련, 부패 척결, 경제발전, 탈레반과의 협상 등 부시 행정부보다 더 많은 욕심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이 같은 인식 하에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목표 수정을 포함한 아프간전 전략을 검토 중이다. 부시 전 대통령이 6년 전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 목표는 알카에다 및 탈레반 제거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 수립이 중요한 목표였다. 그러나 현재 아프간 상황은 침공 당시와는 너무나 다르다. 아편 재배 수입을 바탕으로 한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세력을 더 강해지고 투쟁은 더 거세지고 있다. 하미드 자르카이 대통령이 이끄는 아프간 정부는 부패와 무능으로 지탄받고 있다. 미국 320억달러를 비롯해 600억달러가 투입된 재건사업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지난 2월3일 AP통신에 따르면 미 합동참모본부는 아프간전의 목표를 민주주의 국가 건설에서 아프간·파키스탄 국경 지대의 알카에다 및 탈레반 근거지 소탕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보고서를 마련했다. 오바마도 2월9일 취임 3주만에 연 첫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전 목표에 대해 “핵심은 알카에다의 피난처들이 더 이상 아프간·파키스탄 국졍 지역에 존재할 수 없도록 하는 것,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라덴이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합참 보고서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부군사령관, 홀부룩 특사 등의 의견을 종합해 자신의 아프간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오바마의 아프간 전략’은 오는 4월3~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와 독일 켈에서 열리는 나토 창설 60주년 정상회담 이전에 나올 전망이다. 오바마의 ‘신중한 접근’이 아프간전에서 발을 빼기 위한 수순인지, 효과적인 아프간전을 치르기 위한 전략인지는 불투명하다. 
본격적인 아프간전 수행을 앞둔 오바마 앞에는 많은 난관이 놓여 있다. 무엇보다도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반격이다. 지난 2월11일 홀브룩 특사의 방문을 하루 앞두고 발생한 아프간 정부청사에 대한 탈레반의 자살폭탄테러와 공격은 오바마에 대한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 국토의 3분의 2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미군과 나토군의 공세가 강화될수록 아프간 주둔 미군과 나토군에 대한 자살폭탄테러와 공격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능한 자르카이 대통령도 걸림돌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 때 ‘아프간의 얼굴’이었던 자르카이는 미국은 물론 자국민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이 제대로 가고 있다고 믿는 아프간 국민의 비율은 2005년 77%에서 40%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아프간 내부에서 자르카이의 제거가 아프간 상황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아프간에 정통한 미 랜드연구소의 군사전문가인 시스 존스는 AP통신에 “중앙 정부는 너무 약하기 때문에 위로부터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은 전략을 버리고 지방에서 시작되는 아래로부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르카이는 오는 8월20일 치러질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아프간 국민의 85%는 그에게 등을 돌린 상태다. 자르카이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그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 숫자를 통해 미국과 불화를 겪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홍보할 수 있다. 또 러시아와 새로운 무기 거래를 취할 수 있으며 국민투표를 통해 미국과 나토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음도 내비치고 있다. 카르자이는 아프간이 미군 및 나토군의 배치를 결정할 것과 아프간인에 대한 체포 및 가택수색 금지 등 11개 요구조건을 미국과 나토에 전달한 상태다.
미 국방부도 밝혔듯 파키스탄과의 협력 없이는 아프간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파키스탄은 아프간 국경지대의 탈레반과 알카에다 소탕을 위해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의 무인비행기에 의한 폭격을 허용했다. 그러나 오바마 취임 직후 감행된 첫 무인비행기 공습으로 민간인 3명이 사망하면서 파키스탄 정부 내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인비행기를 이용한 공습으로 추가 민간인 희생자가 나올 경우 오바마의 아프간전 전략은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과 나토군의 생명선인 보급로 확보도 중요하다. 그동안 아프간으로 들어가는 군수품의 70%를 공급해온 육로 보급로인 파키스탄의 카이바르 고개가 폐쇄되면서 미국은 2001년 이후 활용해온 키르기스스탄의 마나스 공군기지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키스기스 정부가 기지 재계약에 대해 미국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기지 폐쇄를 선언함에 따라 이마저도 막힌 상황이다. 키르기스 의회는 미국에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키르기스 정부의 결정 이면에 러시아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알카에다와 탈레반에 대한 춘계 대작전을 앞둔 미국과 나토에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아프간은 과거부터 <제국의 무덤>으로 불렸다. 알렉산더 대왕이나 징기스칸, 구 소련 등 제국을 꿈꾼 세력들이 이 곳에서 모두 패퇴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오는 4월말까지 1만~1만2000명을 추가 파병할 예정이다. 4월 나토 정상회의, 그 때부터 본격화할 미국과 나토의 알카에다 및 탈레반에 대한 대규모 공세에 오바마의 운명이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