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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온라인

광부 구조 으쓱 칠레 대통령, 나치 구호로 망신


칠레 광부 33명 구조 드라마로 영웅이 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지난 주 독일 방문 때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51)을 만날 당시 방명록에 나치 정권이 구호로 쓰던 문구를 써 뒤늦게 사과했다고 25일 dpa 및 AFP통신이 보도했다.

칠레 산호세 광산에서 구조된 광부와 칠레 대통령이 포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통신들에 따르면 피녜라 대통령은 이날 지난 23일 불프 대통령을 예방한 뒤 방명록에 쓴 ‘모든 것보다 위에 있는 독일’(Deutchland uber alles)이라는 구절이 과거 어두운 나치 시절과 관계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독일 정부에 사과했다.

피녜라는 “이 구절이 독일의 어두운 과거와 관련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으며, 이 점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 구절을 쓴 이유에 대해서는 칠레 강진 발생 후 독일이 보내준 지원에 감사하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 구절은 자신이 1950~60년대 다니던 독일인 학교에서 배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피녜라가 쓴 구절은 나치 독일 이전까지 독일 국가의 첫 구절로 유명했다. 19세기 독일의 유명한 민족주의 시인 아우구스트 하인리히 호프만은 1841년 자신이 쓴 ‘독일의 노래’(Das Lied der Deutchen)라는 가사를 18세기 유명 작곡가인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의 곡에 붙였다. 호프만이 붙인 가사 첫 구절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위에 있는 독일, 독일’(Deutchland, Deutchland uber alles, uber alles in the Welt)로, 당시 독일의 군주들에게 통일된 독일 건설을 호소하기 위해 쓰여졌다.

이 곡은 1890년 초연된 뒤 1922년부터 독일 국가로 제정됐다. 당초 3절까지 불렸으나 나치 정권이 지배하던 제3제국 때는 피녜라가 쓴 구절이 포함된 1절만 사용됐다. 또 나치의 구호로 활용됐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군이 독일 국가를 비롯한 나치의 상징물을 금지하면서 이 구절은 사용이 중지됐다.

피녜라 대통령은 광부 33명에 대한 구조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인 지난 17일부터 영국, 프랑스, 독일 3국을 공식 방문했다.

한편 피녜라 대통령은 25일 매몰 광부 33명을 대통령궁으로 초청해 칠레 국기와 독립 200주년 기념메달 등을 선물로 주고 구조팀과 광부팀으로 나눠 친선 축구경기를 했다. 승부는 3대2로 광부팀이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