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해외'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8.16 라오스2-루앙파방 문화체험
  2. 2010.08.16 라오스1-‘몽족’과의 1박2일
  3. 2010.07.07 필리핀 세부 및 보홀섬(2010.6.25~30) (6)

*이글은 2009년 8월19일자 경향신문에 실은'체험! 공정여행 메콩강을 가다'-라오스 편 두번째 기사를 옮긴 것입니다.

여행지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체험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체험은 현지인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공정여행의 취지와도 일치한다. 라오스 공정여행은 1박2일간 소수민족 몽족 체험뿐 아니라 6박8일 일정 내내 펼쳐진 각종 체험으로 더욱 재미를 더했다. 스카프 만들기(2일차), 책잔치와 남방불교 배우기(3일차), 탁밧(탁발의 라오스어) 체험 및 라오스 전통요리 만들기(4일차), 라오스 전통 춤과 음악 배우기(7일차) 체험을 통해 여행팀은 라오스 사람들의 삶 속으로 한 뼘쯤 다가갈 수 있었다.

 

여행참가자들이 옥폽톡 수공예품 실습장에서 직접 만든 스카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손바닥이 정면으로 보이도록 앞으로 쭉 내밀고 있는 자세는 라오스 부처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싸우지 말라"는 평화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한다.  

 

나만의 스카프 만들기

여행팀의 첫 체험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스카프를 만드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 7월20일 낮, 여행팀은 라오스의 고도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루앙파방(영어명은 루앙프라방) 변두리 메콩강변에 위치한 옥폽톡 수공예품 실습장을 찾았다. 옥폽톡은 라오스 말로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뜻한다. 9년 전 라오스 여성과 영국 사진작가가 라오스의 전통문화와 서양의 판매전략을 접목해 설립했다. 현지인을 고용하고 노동의 대가를 인정해주는 공정무역을 실행하고 있다. 이 회사 판매책임자인 에이미 위어는 “체험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라오스 전통문화가 널리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팀은 라오스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실을 자아내는 과정, 직조과정, 염색과정 등 3단계 실습을 통해 직접 스카프를 만들었다. 여행팀은 직조기 앞에 앉아 문양을 만드는 흉내를 내봤지만 어설펐다. 그러나 표정은 전문가 못지않게 자못 진지했다. 실제 직조과정은 지난하다. 복잡한 바틱 문양의 경우 전문가들도 3주 이상 걸린다고 한다. 오랜 손길과 정성을 거쳐 제품이 만들어지니 비싼 것은 당연하다. 여행팀이 가장 흥미를 느낀 과정은 염색작업이었다. 각자 취향에 맞는 색을 선택한 여행팀은 주황색, 보라색, 노란색을 내는 자연염료를 직접 채취했다. 레몬그라스라고 불리는 풀을 달이니 노란색 물이 배어나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했다. 뜨거운 불 옆에서 작업하다 보니 온몸은 땀범벅이 됐지만, 직접 만든 스카프를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팀의 표정엔 환희가 서려 있었다. 여행팀이 만든 스카프는 이틀 뒤 탁밧 체험 때 경건함을 드러내는 중요한 소품으로 쓰였다.

동심으로 돌아간 책잔치 체험

카무족 아이들과 함께한 책잔치는 학창 시절 운동회를 연상시켰다. 공정여행 3일차인 7월21일 오전, 여행팀은 루아파방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반 폰사이 마을을 찾았다. 라오스의 아동교육장려단체인 ‘빅 브러더 마우스’가 벌이고 있는 책나눠주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이 단체는 2006년부터 어린이책을 직접 만들어 책이 부족한 오지마을 아이들에게 책을 나눠주는 운동을 벌여왔다. 지금까지 72종의 책을 만들었다.

폰사이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방학 중이지만 책잔치에 참여하기 위한 아이들로 가득했다. 갑자기 우렁찬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노래로, 책잔치 때마다 부르는 빅 브러더 마우스의 로고송이었다. 노래를 마친 아이들은 학년별로 교실로 들어갔다. 낯선 여행객과 아이들 간의 어색함을 없애고 교감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화선지와 먹물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한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동안 어색함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다시 운동장으로 나갔다. 2인3각 경기와 발꿈치 뒤에 풍선을 묶어놓고 서로 터뜨리는 풍선 터뜨리기 게임을 하면서 승자에게 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 놀이를 통한 책나눔이었다. 간식을 먹은 아이들은 다시 교실에 모였다. 빅 브러더 마우스 관계자들이 동화를 읽어주자 아이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 빛났다. 구연동화는 위생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끝맺었다. 빅 브러더 마우스의 매니저인 캄라는 “책잔치를 통해 아이들에게 책도 나눠주고 구연동화를 통해 위생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잔치가 끝날 무렵, 여행팀은 직접 아이들에게 책과 연필, 백지 등을 나눠줬다. 빅 브러더 마우스 관계자들은 운동장에 모인 아이들에게 비가 오더라도 책으로 머리를 가려서는 안 된다며 책을 소중하게 다룰 것을 주문했다. 책과 연필, 백지를 받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여행팀은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 노희철씨(49)는 “한 아이가 형들의 따돌림 속에서도 종이에 뭔가를 그리려는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며 “함께한 시간 동안 학생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상애씨(36)는 “구연동화할 때 넋이 빠져라 쳐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기억난다”면서 “그런 아이들에게 책을 후원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엄숙하고 장엄한 탁밧 체험

 여행팀원들이 스님들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탁밧 체험을 하 있다.

라오스 공정여행 4일째인 7월22일 새벽 5시30분. 여행팀은 이틀 전 직접 만든 스카프를 매고 경건한 마음으로 호텔을 나섰다. 불교의 공양의식인 탁밧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루앙파방의 탁밧 행렬은 이 지역 최고의 볼거리다.
라오스의 새벽은 고요했다. 탁류가 거칠게 흐르는 메콩강과 달리 새벽의 희뿌연 기운이 도시에 가득했다. 탁밧 행렬이 지나갈 거리 곳곳에는 라오스 사람들이 깨끗이 차려입고 준비한 음식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간혹 여행팀처럼 직접 탁밧을 체험하려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여행팀도 준비된 장소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고 스님들을 기다렸다. 탁밧할 음식은 찹쌀밥과 초콜릿 등이었다. 마침내 스님들의 행렬이 나타났다. 주황색 가사를 입은 스님의 행렬은 마치 꿈틀대는 거대한 용처럼 장엄했다. 찹쌀밥을 손으로 조금씩 떼어내 건네는 손길에서는 약간의 흥분과 함께 경건함이 배어났다. 공양을 바치는 사람들이나 받는 스님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숭고했다. 고요함과 경건함 속에서 탁밧 의식이 치러져서인지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다. 탁밧 행렬이 사라지자 비로소 라오스의 아침은 깨어나고 있었다.
탁밧을 직접 체험한 여행팀의 감회는 남달랐다. 특히 스님들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공양물을 나눠주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정영해씨(55)는 “스님이 내가 준 음식의 일부를 다시 어려운 사람에게 주는 것을 보면서 무욕과 배려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라오스 요리 만들기

라오스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은 탁밧 체험 후 루앙파방 시내에 있는 자연주의 식당 툼툼생에서 이뤄졌다. 식당 이름은 라오스 전통악기가 내는 소리를 딴 것이라고 한다. 여행팀이 이날 만들 음식은 튀긴 스프링롤, 타마린 쇠고기 수프, 새콤달콤 돼지고기, 고추를 넣은 닭요리, 생강을 넣은 생선요리 등이었다. 요리에 앞서 여행팀은 인근 포시 시장을 찾았다. 요리 재료를 직접 살 목적이었지만 실제로는 라오스 사람들의 생활의 일부분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우리 재래시장 풍경과 다를 바 없지만 다양한 채소와 야채가 눈에 띄었다.
본격적인 요리는 이 식당의 매니저인 요리사 목라완 용사라완의 도움을 받아 시작했다. 먼저 튀긴 스프링롤을 만들었다. 여행팀을 대표해 김민구씨(41)가 속재료로 쓰일 다양한 야채와 고기를 다지고 주물렀다. 곧이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나서서 스프링롤을 빚었다. 김씨를 비롯해 정영해씨(55)와 김현숙씨(44)가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요리를 만들었다. 요리도 요리지만 토마토와 오이를 이용해 장식용 장미꽃과 장미잎을 만든 일은 여행팀 아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행팀의 막내인 김예진양(초등 3년)은 “오이로 장미꽃 잎사귀를 만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수료증을 받아든 여행팀의 얼굴에서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관광이 아닌 현지인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공정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이다. 라오스 공정여행 참가자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 즐거움을 위해 라오스 국민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떤 이는 그 속에서 위안을 받고 자신을 되찾기도 했다. 어떤 이는 현지 주민을 위한 경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의문을 던지며 책임 있는 공정여행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참가자 모두가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를 찾은 것이 이번 여행의 최대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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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2009년 8월12일자 경향신문에 실은'체험! 공정여행 메콩강을 가다' 라오스 편 첫번째 기사를 옮긴 것입니다.


여행팀이 주민들과 함께 수확한 옥수수와 가지, 오이 등 채소를 보여주고 있다.


라오스 소수민족 몽족을 찾아가는 길은 멀었다. 7월23일 오전 10시, 봉고차 3대에 탄 라오스 공정여행팀 25명은 비포장 산길을 달리다 산 중턱의 한 마을에서 내렸다. 카무족 마을이다. 여기서 목적지인 몽족 반롱란 마을까지는 산 길로 8㎞를 더 가야 한다.
버스는 마을까지 들어가지만 라오스의 자연을 느끼며 느린 여행을 체험하기 위해 걷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직전 비가 오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한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펼쳐든 여행팀은 비에 몸을 맡겼다. 빗속에 걸어서 산을 올랐지만 공기도 맑고 풍광도 좋다보니 마음은 청량감으로 부풀었다. 조만간 몽족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렘에 여행팀의 발걸음은 힘찼다. 길 주위엔 고무나무와 파인애플,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밭들이 펼쳐졌다.

라오스

인구 : 600만명(2008년)
민족구성 : 라오족(68%), 기타 카무족, 몽족 등 소수민족
언어 : 라오어(공용어), 프랑스어
종교 : 불교(67%), 기독교(1.5%), 기타 31.5%
1인당 국내총생산(GDP) : 868달러(2008년)
정부 형태 : 사회주의 공화제



여행팀이 반롱란 마을을 찾은 것은 라오스 정부가 강조하는 생태여행 프로그램 12가지 중 하나인 소수민족 마을체험을 위해서다. 이번 라오스 공정여행의 하이라이트로, 몽족 사람들과 1박2일을 함께 보내면서 그들의 느긋한 일상과 독특한 문화를 배우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것이다.
반롱란은 여행팀이 나흘간 머물렀던 라오스의 고도이자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 루앙파방(영어명은 루앙프라방)에서 북동쪽으로 45㎞ 떨어져 있다. 해발 1200m에 위치한, 지도에도 없는 고산마을이다. 이 마을은 소수민족이 사는 고산지대를 생태적으로 개발하는 비정부기구 ‘체시’(CHESH·Center for Human Ecology Study of Highland)의 프로젝트가 시행되는 곳이다. 체시는 아편 재배로 생계를 잇던 몽족을 대상으로 산림을 보호하면서 그곳에 맞는 농업을 개발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마을 체시 프로젝트의 책임자 폰팁 퐁사밧은 “2002년까지만 해도 아편을 재배했지만 지금은 커피 재배와 수공업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ㆍ그 곳의, 그들의 순수를 담아오다
ㆍ같이 땀흘려 일하고 밥 먹고 웃고… 불편하지만 풍요로웠던 시간


굽이굽이 난 산길 걷기를 2시간30분. 마침내 반롱란이라고 쓴 마을 표시판이 나타났다. 마을은 한국의 산골과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바로 넘쳐나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주민 430여명 가운데 아이들이 160명이나 된다. 낯선 여행팀을 맞는 아이들은 뒷걸음질치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길을 떼지 않았다. 몽족 아이들의 해맑은 눈망울과 수줍은 미소는 마을이 여행팀에 주는 커다란 선물이었다. 집집마다 밖에 놓인 어른 키 높이의 시멘트로 만든 커다란 독도 눈길을 끌었다. 빗물을 모으는 독이란다. 상수도가 없다보니 빗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집집마다 숫자는 달랐다. 재산 정도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전기 공급을 위한 태양열 집열판도 눈에 띄었다. 시설이 낡은 탓에 모든 집마다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듯한 풍경을 마주하면서 마을 한가운데 있는 마을회관 앞으로 갔다. 여행팀과 동행한 몽족 청년들이 점심으로 준비한 밥과 죽순 등 야채와 버무린 닭고기, 돼지고기를 댓바람에 해치웠다.
간혹 트레킹하는 외국인이 이 마을을 지나가긴 했지만 대규모 외국인이 방문해 민박하기는 처음이다. 여행팀이나 몽족이나 서로 ‘문화적 충격’을 느끼기는 매한가지다. 점심식사 후 민박집에 짐을 푼 여행팀은 본격적으로 몽족의 일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여행팀은 논에서 피를 뽑는 팀과 저녁 찬거리를 위한 채소를 마련하는 팀으로 나뉘었다. 평소 논일을 해보지 않은 여행팀으로선 땡볕에서 10분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기를 몇 번. 피를 뽑는 팀은 주민들의 말없는 웃음을 뒤로 하고 돌아왔다. 옥수수와 가지, 오이 등 각종 채소가 든 광주리를 메고 오는 여행팀의 얼굴은 땀범벅이지만 웃음꽃이 만발했다. 옥수수를 갈아 돼지 사료를 만드는 일이 여행팀을 기다리고 있다. 방아를 돌려 옥수수를 가루로 만든 뒤 돼지우리로 갔다. 돼지 먹이를 주는 일은 여행팀의 막내이자 사촌 간인 예진(초등3)과 우신(초등4)이 맡았다. 먹이를 보고 먹이통으로 달려드는 돼지들의 모습에 겁먹은 예진이는 사촌언니를 따라 해보더니 “재밌다”며 몇 번이나 먹이를 줬다.

여행팀과 몽족 주민들이 한데 어울려 피구 경기를 하고 있다.


여행팀은 마을 주민들과 동남아 국가에서 유행하는 세팍타크로 경기를 하면서 서로의 벽을 허물었다. 공이 땅에 닿지 않은 채 상대방 쪽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족구와 다른 이 경기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팀이 실수를 계속하자 주민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여행팀의 완패였다. 여행팀은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피구를 즉석에서 떠올렸다. 경기 방법을 전혀 모르는 주민들은 여행팀이 몇 차례 시범을 보이자 이내 따라했다. 서로 다른 사람을 한 데 어울리게 할 수 있는 것, 운동경기의 힘이다.

마을회관 앞에서는 주민들이 돼지를 잡아 저녁 준비에 한창이었다. 경비는 여행팀이 댔다. 저녁식사를 기다리는 시간은 아이들과 마음의 거리를 좁힐 기회였다. 여행팀이 다가가자 아이들은 조금씩 다가왔다. 카메라에 찍힌 자기 모습을 본 아이들 얼굴에선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낯선 음악에 박수로 환호하며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장작불로 음식을 만들다보니 저녁식사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주린 배를 잡고 기다린 여행팀 앞에 3가지로 요리된 돼지고기가 차려졌다. 마을회관이 좁은 탓에, 밖에서 희미한 전깃불과 손전등에 의존해 저녁을 즐기던 주민들과 함께 하지 못함이 못내 아쉬웠다. 저녁 식사 뒤 주민들은 여행팀을 환영하기 위해 전통악기를 연주했다. 여행팀은 답례로 예진이와 우신이가 앞에 나와 라오스어로 번안한 동요 ‘곰 세마리’를 율동과 함께 선사했다. 그리고 준비한 책과 연필 등 문구류를 선물로 줬다. 마을 운영위원 크양은 “고맙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는 처음인데,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이해해주고 즐겁게 지내다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튿날 여행팀은 커피 재배지를 둘러본 뒤 주민들이 마련해준 닭 요리를 아침식사로 먹고 반롱란 마을과 아쉬운 이별을 했다. 여행팀은 가지고 온 반찬거리며 의약품, 손전등 등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민들에게 건넸다. 다시 가벼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몽족 사람들과 보낸 1박2일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땀범벅이어도 목욕을 할 수 없고, 냉장고도 컴퓨터도 없는 불편한 여행이었지만 만족감은 컸다. 새벽 2시부터 마을의 모든 닭들이 깨어나 합창을 하는 바람에 잠을 설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추억이 됐다. 여행팀 모두가 느림의 미학과 참된 행복의 의미, 서로에 대한 배려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초등학생 두 딸과 조카딸을 데려온 이석란씨(41)는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을 보면서 영혼이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느리게 사는 것도 행복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주연씨(20)는 “별 놀이기구가 없는데도 잘 뛰어노는 아이들이 행복해보였다. 행복이 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반롱란 마을로 가는 트레킹 내내 자신이 후원하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떠올렸다는 이영아씨(28)는 “처음 만났을 때 까르르 웃고 도망가던 아이들이 떠날 때 손을 잡아주니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소수민족 체험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상애씨(36)는 “우리의 방문이 몽 마을 주민들의 삶에 방해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지속가능하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씨(39)는 “민박집에 약간의 돈을 줬는데 주민들에게 기대감을 준 게 아닌가 후회했다. 소수민족 마을 체험이 그들에게 ‘베푼다’는 느낌을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현숙씨(44)는 “누구든 깨끗한 위생과 환경 속에서 살 권리가 있다”면서 “여행팀이 지불한 비용이 깨끗한 물이든 필기도구든 좋은 일에 쓰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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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서울시 예비 사회적 기업 착한여행이 주최하고 경향신문이 후원한 '착한여행-섬시리즈'에 동행취재한 뒤 경향신문 7월7일자에 쓴 기사임을 미리 밝힘니다.



현지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현지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둔 여행개념이 ‘착한여행’이다. 서울시 예비 사회적기업 착한여행이 주최하고 경향신문이 후원한 ‘착한여행-섬시리즈’ 첫 여행지인 필리핀 세부·보홀섬을 여행객들과 함께 지난달 25~30일 찾았다. 맹그로브 묘목 심기와 돌고래 구경, 세상에서 가장 작은 타시어 원숭이 보기 등 생태관광과, 푼타 크루즈 공연과 같은 전통문화 체험 등 주민들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는 일정으로 짜였다. 섬시리즈는 일본 오키나와, 말레이시아 쿠칭, 인도네시아 발리, 대만으로 이어진다.


■ 100만그루 맹그로브 심기에 동참


 

참가자들이 코르도바 부악송 해변에서 맹그로브 묘목을 심고 있다. 세부·보홀섬 | 조찬제 기자

 
맹그로브 나무를 심으러 가는 길목에 석양이 깃들었다. 서쪽 하늘이 붉게 변하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달 26일, 세부 국제공항이 있는 막탄섬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코르도바의 부악송 해변을 찾았다. 2006년 9월부터 세부섬의 학교와 기업, 시민단체와 공공기관들이 중심이 돼 벌이고 있는 ‘100만그루 맹그로브 심기 행사’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이미 심어진 맹그로브 묘목들은 서로 하늘을 향해 먼저 뻗어나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맹그로브를 심기 전 이 행사를 주도하고 있는 필리핀 해안보존 및 교육재단(CCEF) 관계자로부터 맹그로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맹그로브는 바닷물에 사는 대표적인 나무다. 해안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맹그로브는 육지의 침전물을 막아 산호초를 보호하고, 썩은 맹그로브는 해초와 산호의 필수 영양원을 공급한다. 가지는 주민들에게 땔감으로, 나무껍질은 타닌 공급원으로 쓰인다. 뿌리는 물 정화제 역할을, 숲은 철새들의 휴식처이자 해일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어민들에게는 조개와 게, 새우 등 해산물의 공급원이다. 1918년 45만㏊에 달하던 필리핀 내 맹그로브 숲은 개간 등 다른 용도로 전용되면서 93년 14만㏊로 급감했다. 현재 세부섬엔 126.6㏊, 보홀섬엔 9292.2㏊의 숲이 남아 있다. 세부섬의 ‘100만그루 맹그로브 심기 행사’는 지난해 12월에 완료됐다. 올해부터 다시 100만그루 맹그로브 심기 운동에 돌입했다.

맹그로브 묘목 심기는 간단했다. 한 뼘 깊이만큼 진흙을 파낸 뒤 묘목을 심고 주변을 꾹꾹 눌러주면 된다. 모든 묘목이 그렇듯 맹그로브도 심기보다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맹그로브 나무 심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CCEF의 애널리 파틴돌은 “심고 나서 2개월이 가장 중요하다. 그 기간에 매일 성장을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묘목의 생존 여부는 2년이 지나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생존율은 약 75%. 참가자들은 어린 맹그로브가 끝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주길 한마음으로 기원하면서 정성껏 심었다. “나는 100만그루 맹그로브 심기 운동에 동참했다”는 내용이 적힌 인증 밴드를 손목에 찬 참가자들은 감개무량해했다. 이민석씨(33)는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도움이 돼 좋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두 딸과 함께 온 김영식씨(38)는 여행 마지막 날 맹그로브 100만그루 심기 운동에 보태달라며 CCEF 관계자들에게 100달러를 기증했다.

맹그로브 묘목을 심은 참가자들이 ‘100만그루 맹그로브 심기에 동참했다’는 글이 적힌 인증 밴드를 손목에 차고 손을 한데 모으고 있다. 세부·보홀섬 | 조찬제 기자


■ 돌고래와 함께 춤을

파밀리칸섬 돌고래 및 고래 구경 투어(PIDWWT)의 조셀리노 바리투아 대표(앞)가 돌고래를 찾기 위해 바다 주위를 살펴보고 있다.  세부 보홀섬/조찬제기자

보홀섬의 중심도시인 탁빌라란에서 남쪽으로 약 15㎞ 떨어진 파밀라칸섬 인근 바다는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돌고래 및 고래 서식지다. 파밀라칸섬 일대가 돌고래를 관찰하는 생태관광지가 된 것은 불과 10년 전이다. 돌고래와 고래는 그 당시만 해도 섬주민들의 최대 수익원이었다. 돌고래 한 마리는 1000페소(약 3만원), 고래는 2만페소(약 60만원)에 팔렸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는 돌고래 및 고래 보호를 목적으로 98년 3월 주민들과 상의 없이 돌고래 및 고래 사냥 금지 조치를 취했다. 돌고래 사냥을 평생의 업으로 살아온 주민들의 반발은 컸다. 한 주민의 끈질긴 설득으로 주민들은 2000년 2월 돌고래 보호에 동참했다. 그때부터 주민들은 돌고래 보호 감시자이자 생태관광의 안내자가 됐다.

6월29일 오전 5시30분. 졸린 눈을 비벼 뜬 참가자들은 탁빌라란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바클라욘항에서 돌고래의 비상을 볼 수 있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작은 배에 몸을 맡겼다. 참가자 윤미향씨(33)는 밤새 돌고래와 안고 춤추는 꿈을 꿨다고 했다. 좋은 징조로 여겨졌다. 40여분간의 항해 끝에 돌고래 출몰지역에 도착하자 여행팀을 안내한 파밀리칸섬 돌고래 및 고래 구경 투어(PIDWWT)의 조셀리노 바리투아 대표를 비롯한 선원 4명의 눈빛이 더욱 반짝였다. 바리투아 대표는 10년 전 주민들을 설득해 돌고래 사냥을 포기하도록 한 주인공이다. 그는 당시 분개한 주민들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덩달아 신이 난 참가자들의 시선도 사방의 바다 위로 향했다. 그러나 돌고래 떼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날엔 돌고래 떼가 눈에 잘 띄었다고 했는데…. 그러기를 한 시간 남짓. 두 눈을 집중해 바다를 응시했지만 돌고래 떼는커녕 꼬리조차 보지 못했다. 실망이 컸지만 파밀라칸섬의 프리스틴 백사장에서 수영을 하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섬에 내려 수영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서쪽 바다에 돌고래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돌고래가 점프를 하고 있는 모습이 서너 차례 목격됐다. 참가자들은 서둘러 배에 올랐다. 그러나 돌고래는 간혹 꼬리부분만 드러낼 뿐, 물결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은 끝내 볼 수 없었다. 꼬리 부분이지만 ‘인증샷’을 찍는 데 성공한 참가자도 있었지만, 누구보다도 돌고래 보기를 기대했던 아이들의 아쉬움이 컸다.


■ 감동적인 푼타 크루즈 감시탑 건립 관련 공연


푼타 크루즈 공연단이 열정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푼타 크루즈/조찬제 기자

보홀섬 북서부 마리보족에서 본 ‘푼타 크루즈 문화공동체’의 공연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6월28일 저녁 무렵, 공연을 앞두고 때마침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공연단은 우왕좌왕했다. 공연을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공연단은 등불과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존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22분 동안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열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18세기 중반 푼타 크루즈 지역에 모로 해적들이 침범한다. 주민들은 저항해보지만 해적들은 마을을 약탈한다. 주민들은 살해되고 노예로 잡혀가고 마을은 불태워진다. 비극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죽은 자의 장례식을 치르며 마을 재건에 나서는 동시에 또 다른 해적 공격에 대비해 훈련한다. 그리고 미래의 비슷한 비극을 겪지 않기 위해 서로 합심해 해적 감시탑을 만든다. 주민들이 감시탑의 완공을 축하하는 모습을 바다에서 지켜보던 해적들은 기습공격을 감행하지만 날개 단 수호성인 빈센트 페러가 나타나 이들을 물리친다.’

공연단은 보홀섬 최초의 지역에 기반을 둔 공연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단원들은 학생과 학교 중퇴자, 푼타 크루즈 환경단체 및 이 지역 시민단체 회원 가운데 2008년 8월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2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주말마다 푼타 크루즈 감시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정기공연을 하거나 특별공연을 하며 보홀의 풍부한 문화와 전통을 전하는 전수자 역할을 하고 있다.

보홀섬 캄부핫 마을에서 여성 주민들이 보여준 부리댄스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부리댄스는 부리라고 불리는 야자수 나무의 새순으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흥을 부리기 위해 자연스럽게 추는, 일종의 노동무다. 캄부핫 어민조직이 직접 재배한 굴과 게, 새우 등 해산물을 점심식사로 먹은 여행팀에게 부리댄스는 식후에 먹는 디저트와도 같이 달콤했다.
캄부핫 마을 여성들이 노동부의 일종인 부리댄스 공연을 하고 있다. 세부 보홀섬 /조찬제 기자


■ 세상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 타시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인 타시어. 세부·보홀섬 | 조찬제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의 하나인 타시어 원숭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의외로 쉬웠다. 보홀섬에서 가장 유명한 자연유산인 초콜릿힐로 가는 로복 강변 길목에 위치한 전시장에 ‘전시돼 있었다’. 산 속에 서식하고 있는 타시어 원숭이는 실제로 보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탓에 필리핀 정부가 관광객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이 지역에서만 전시를 허용한 것이다. 크기가 8~16㎝ 정도인 타시어는 야행성으로, 해발 700m까지 숲에 서식한다. 세계자연보존연맹(ICUN)이 86년 멸종위기종으로, 필리핀 정부는 93년 6월 특별보호종으로 각각 지정했다. 야생 타시어의 평균 수명은 24년이지만 포획 타시어는 절반인 12년에 불과하다. 관광객을 상대하다보니 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전시된 타시어는 만질 수는 없지만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호기심에 사진을 찍었지만 타시어에게 못한 짓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밀려들었다.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애처롭기까지 했다.


여행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에 대체적인 만족감을 드러냈다. 남편과 초등생 아들, 유치원생 딸과 함께 온 윤미향씨는 “아이들이 돌고래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면서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으로 생각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용기씨(21)는 “미리 프로그램 내용을 더 잘 알았다면 주민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줬을 텐데”라면서 오히려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기도 했다. 모두에게 필리핀 주민들 속으로 한 뼘쯤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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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u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