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미수습자 5명이 마침내 하늘나라로 갔다. 단원고 2학년 학생 남현철·박영인군, 단원고 교사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씨·혁규군 부자에 대한 장례절차가 20일 오전 발인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참사 발생 1315일 만이다. 유해조차 찾지 못한 채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묻어야 하는 유가족의 비통한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삼가 미수습자 5인의 명복을 빈다. 미수습자 5인에 대한 장례가 끝났다고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유가족들은 앞으로 더 긴 세월을 절절한 그리움과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한다. 참사가 남긴 과제는 여전히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다. 이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살아남은 자들의 도리이자 의무다.

세월호 참사가 남긴 가장 큰 숙제는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이다. 진실규명은 그 첫걸음이다. 지난 4월 세월호 인양과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 활기를 띤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멀다.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하는 일이 급선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당 및 정의당은 이를 위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 부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여야 추천 위원 비율 등을 문제 삼아 이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은 한국당이 전 정권 때 1기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한국당은 미수습자 추모식 논평에서 “더 이상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야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힌 대로 법 통과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누워 있는 세월호 선체를 바로 세우는 일도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하다. 그래야만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구역에 대한 수색이 가능해 미수습자 유골 수습과 사고 원인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 30분 늘어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7시간30분’도 풀어야 한다. 선체조사 후 결정하게 될 세월호 선체 처리 문제도 과제다. 원형 보존, 중요 부분만 보존, 상징물 보존 등 3가지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이다.

진실규명과 함께 바로잡아야 할 것은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바라보는 일부의 비뚤어진 시선이다. 그들은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거나 유가족의 아픔을 어루만지기보다 갈등과 분열을 조장했다. 이들은 더 이상 갈등의 원인이 되지 않기 위해 숭고한 결단을 내린 미수습자 유가족을 보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유가족을 죄인의 심정으로 살아가게 할 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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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가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사죄와 보상, 공정한 역사 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인권이사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잠정 보고서에 담긴 권고는 세 가지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하라” “이른바 위안부 문제 등 역사의 진실을 미래 세대가 배울 것을 보장하도록 노력하라” “성노예를 포함한 과거의 인류에 대한 범죄의 법적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성실하게 대처하라” 등이다.

유엔의 권고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핑계 삼아 국제사회의 위안부 논의를 회피해 보려는 일본의 시도를 봉쇄하는 것이어서 반가운 일이다. 더구나 지난달 말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일본의 집요한 방해 공작으로 보류된 뒤 나온 결정이어서 의미가 더 깊다. 하지만 인권이사회 권고는 구속력이 없다. 일본은 내년 인권이사회 총회 때까지 이 권고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혀야 하지만, 벌써부터 수용 거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보고서에 대해 “잠정적인 것”이라며 “각국에 우리 정부 입장을 철저하게 이해시키겠다”고 말했다. 인권이사회에 참석했던 일본 정부 대표는 “무엇도 부끄러워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엔의 권고를 비웃는 듯한 일본의 태도에 기가 찰 뿐이다.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의 올해 분담금을 지급하는 절차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실망스럽다. 분담금을 볼모로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보류시킨 일본이 목표를 달성하자 분담금을 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본은 기록유산 선정에 이견이 있으면 심사를 보류할 수 있도록 제도까지 바꿨다. 인권이사회 권고를 경시하고 분담금을 무기로 국제기구를 무력화하는 일본의 행태는 국제사회 지도국으로서의 책임있는 처신으로 보기 어렵다.

중요한 건 정부의 대응이다. 일본이 앞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된다.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시도가 일본의 로비로 무산됐을 때 정부의 유네스코에 대한 외교력이 도마에 올랐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마침 이병현 주유네스코 대사가 2017~2019년 임기의 집행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를 계기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의 외교력을 한층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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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으로 촉발된 성추행·성폭행 고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한 달이 됐다. 그동안 유명 영화배우를 비롯한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참여로 연예계뿐만 아니라 스포츠계, 정계 등 사회 곳곳에 만연하고 있는 성추행의 추악한 실체가 드러났다. 특히 영국과 미국에서는 정치권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내달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를 치르는 미 앨라배마주에서는 공화당 후보의 과거 성추문 사건이 드러나 공화당에 비상이 걸렸다. 공화당 지도부가 후보 사퇴까지 고려하고 있을 정도로 핫이슈가 됐다. 1989~1993년 대통령을 지낸 조지 H W 부시의 성추행 고발은 벌써 6번째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부시가 사진 찍을 때 엉덩이를 더듬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국방장관 등 각료들이 잇단 성추문으로 연쇄 사임했으며, 보수당과 노동당 의원 10여명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집권 보수당 강경파의 불신임 움직임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샘과 현대카드 성폭행 사건이 폭로되는 등 폭발적인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미투 캠페인이 없었다면 밝혀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성추행은 일터와 학교, 가정, 거리 어느 곳에서나 상시적으로 일어나지만 남의 일로 치부한 게 사실이다. 여성 활동가들이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해도 묵살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일쑤였다. 가해자 대부분이 힘있는 남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치욕과 분노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비록 미투 캠페인 덕분에 많은 피해자들이 고발에 동참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불이익이 두려워 신고조차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 이상 성추문 문제를 피해자들의 용기에만 기대서는 안된다. 여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모처럼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고발 운동을 성추행 문화를 뿌리 뽑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때마침 정부는 직장 내 성희롱 부실조치 사업주에게 징역형까지 가능케 하는 근절 대책을 내놨다. 대책이 아무리 좋아도 뿌리 깊은 남성 지배 문화의 변화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고위직 진출 기회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남성들의 자성도 요구된다. 영국 국방장관은 사임하면서 자신의 행동이 군이 기대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과거에는 용인됐지만 지금은 용인될 수 없다면 그동안의 행동방식이나 관행은 과감히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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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핵 위기, 무역 불균형, 미·중관계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는 양국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 “미·중 무역이 일방적이지만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 자국민들을 위해 이익을 취한다고 다른 나라를 어떻게 비난하냐”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과 과거 미·중 무역 상황을 토론한 적이 있으며, 절실한 행동을 취해 중국 시장 진입 문제 등 무역 왜곡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 지적재산권 보호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상부상조 관계를 부각하며 무역 갈등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날 2535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제품을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두 정상은 또 향후 외교·안보 대화와 전면적인 경제 대화, 법 집행 및 사이버보안 대화, 사회·인문 대화 등 4대 고위급 대화 체계를 지속하기로 하는 등 상호 협력적인 미·중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발표한 회담 내용만 보면 두 정상의 만남은 갈등보다 소통·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에서의 첫 만남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특히 북핵 해법과 관련해 트럼프는 시 주석을 몰아붙이지 않았다. 시 주석을 추어올리며 은근히 중국 역할을 강조하는 접근법을 택했다. 트럼프는 “중국은 이 문제를 쉽고도 신속하게 풀 수 있다”면서 “시 주석이 그 일을 열심히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우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실천하는 데 동의했고, (북한이) 경솔하고 위험한 행동을 포기하도록 대북 견제와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고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설명했다.

트럼프가 매우 부드러운 태도를 드러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중국이 2535억달러어치를 미국에서 구매하기로 계약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미국 일자리 창출을 제1의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중국이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당초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한 대가 치고는 괜찮은 거래라고 판단할 수 있다. 트럼프가 일본·한국·중국을 순방한 주요 목적의 하나는 중국에 대북 제재 강화를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만일 미국의 압력에 중국이 소극적으로 반응할 경우 미국 독자적인 북핵 해결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핵 문제에 관한 한 중국을 압박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중국의 미국 제품 대량 구매라는 실리를 얻는 데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대북 제재 강화 원칙에 합의하고도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앞에서 멈춰 선 형세가 됐다.

트럼프는 동북아 3국 순방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그것은 중국에 의탁하거나, 한·미·일 대북 제재 공조만으로는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트럼프는 3국 순방을 정리하면서 북핵·미사일 문제의 접근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에도 중국의 대북 접근법을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대화와 제재의 병행으로 북한의 위험한 도박을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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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6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양국의 공조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문명 세계와 국제 평화 및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전략적 인내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외교전략으로, 트럼프는 지난 6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밝힌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며 추가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지지를 보냈다. 아베는 “북한이 정책을 바꿀 테니 대화하자고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두 나라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미사일을 빌미로 한 군비증강도 논의했다. 트럼프는 “일본이 미국산 군사장비를 대량 구매하길 바란다”면서 “이 장비로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안보 아닌, 경제 문제로 접근하고 나아가 일본의 방위비 증강을 간접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는 이에 대해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 있다”고 호응했다. 일본 방문 직전 트럼프가 지난 8~9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일본은 요격했어야 했다”면서 “무사의 나라인데 이해가 안된다”고 불만을 드러낸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도 주목된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미·일 기업경영자 간담회에서 “미국과 인도·태평양의 주권국가들은 안보, 번영, 평화의 미래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구상은 백악관이 밝힌 트럼프 순방의 3대 목표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일본, 인도, 호주와 연대해 태평양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대중국 포위전략’이다. 이 구상은 중국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일본의 방위비 증강을 허용해 자칫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대북 공조를 빌미로 한 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미·일 정상회담의 중요한 목표다. 이를 재확인한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는 7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풍향계가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 기조에 기초해 문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 몰아세운 뒤 협상에 나서는 트럼프의 전략에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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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일주일이 시작됐다. 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이, 10일엔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그사이 9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결과에 따라 북핵 위기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역량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국내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싱가포르 CNA방송과 한 인터뷰 내용을 야권이 문제 삼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공조가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일 공조가 일본의 군사 대국화 빌미가 되어선 안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익을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되 중국과도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은 문재인 정권은 물론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일관되게 유지해온 것이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광해군 코스프레”니 “삼전도 굴욕”이니 하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중국 편향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 위협에 대해 한국의 생존만 생각한다면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과 동시에 국가 발전과 통일 기반 마련도 추구해야 하는 한국의 숙명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느 하나 경시할 수 없는 국익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이를 넘어 동맹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전략적 우려를 높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군사 대국화를 추진 중인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야권은 균형외교가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는 짧은 소견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한·중 협력과 한·미동맹 유지·발전의 병행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 소는 미국 풀도, 중국 풀도 뜯어먹어야 산다”고 갈파한 바 있다.       

균형외교의 성패는 이해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한·미 및 한·중 정상회담에서 모든 외교역량을 기울여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한국이 강대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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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공명당이 22일 치러진 총선에서 개헌 발의선(310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아베로서는 그동안 추진해 온 안보·경제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개헌 논의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게 됐다. 실제로 아베가 개헌을 추진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개헌은 아베의 정치적 숙원이다. 개헌 총리로 교과서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베는 그동안 개헌 행보에 신중을 기했다. 2012년 말 재집권한 이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안보법제를 밀어붙이면서도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았다.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변신’이나 ‘군국주의 회귀’와 같은 국내외의 비판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자민당은 자위대의 합헌화를 핵심으로 하는 아베의 개헌 방향을 이번 총선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는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금지를 명시한 평화헌법 9조를 건드리지 않고 자위대의 법적 지위를 명시하는 것이다. 아베는 연립여당이 독자적인 개헌 발의선을 확보함으로써 개헌 추진을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럼에도 아베가 개헌을 실행에 옮길지는 불투명하다. 국민투표가 부결될 때 정계에서 은퇴해야 하는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진하더라도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의 3연임 도전과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압승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우려스럽다. 아베의 압승은 경제 호조, 야당 분열과 함께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주효했다. 사학 스캔들로 퇴진 위기에 몰린 아베가 조기 총선 카드를 선택해 기사회생하게 된 데는 북한 리스크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북한 미사일의 일본 상공 통과는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이었다. 아베는 이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북한 리스크를 관리할 적임자로 떠올랐다. 북핵 위기가 계속될 경우 아베의 강경 대응 기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대북 강경 대응은 언제든 북한을 자극해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독도 영유권 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 그래도 한반도 안보 상황은 북핵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군사대국을 꿈꾸는 아베의 우경화 독주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북핵 위기를 함께 풀어가야 할 문재인 정부로서는 더 강경해진 아베를 상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아베의 승리는 일본을 넘어 한국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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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고용률 감소가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고용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연령대는 없었다. 청년 고용률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청년 실업률은 9~10%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9월 고향동향을 보면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한 9.2%를 기록했다. 20대만 떼어놓고 보면 9.4%다. 올해 1월 20대 청년 실업률이 8.5%를 기록한 이후 8개월 동안 9%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1.5%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2%포인트 뛰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9월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년 5명 중 1명이 실업자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8.7%에서 57.9%로, 0.8%포인트 줄어들었다. 20대 가운데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취업준비생도 1년 전보다 3만1000명(13.1%) 늘어났다.

청년 고용 감소와 체감실업률 상승은 안 그래도 잇단 공공 및 금융기관 채용비리로 맥 빠져 있는 취업준비생들을 더욱 우울하게 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엊그제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심 의원이 공개한 ‘2016년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문건을 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에서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 임직원 및 VIP 고객 등의 자녀와 친·인척 16명을 특혜 채용한 의혹이 있다. 문건에는 응시자 이름과 나이, 성별과 출신학교는 물론 ‘관련정보’란에는 응시자의 청탁자로 보이는 사람의 신상정보가 적혀 있다. ‘추천인’란에는 우리은행 간부의 이름과 직책이 적혀 있고, VIP 고객 자녀의 ‘비고’란에는 추천 응시자의 은행 거래 내역까지 나와 있다. 사실이라면 충격이다. 특히 거액대출과 채용비리에 이어 채용청탁 의혹까지 드러난 금감원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지경이다.

우리은행에 앞서 강원랜드와 금감원 채용비리로 취업준비생들이 받은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공공 및 금융기관 채용비리는 기회의 균등 원칙을 무너뜨리는 처사이자 취업준비생들을 허탈하게 하는 범죄다. 정부는 이번 채용비리를 철저히 조사해 엄단해야 함은 물론 청년들의 고용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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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핵무기 폐기 운동을 펼쳐온 비정부기구 연합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선정됐다. 핵무기 감축과 궁극적인 폐기가 인류의 목표라는 점에서 이 단체의 수상은 환영하고 축하할 일이다. 우리가 이 단체의 수상을 주목하는 이유는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위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전형적인 예가 되고 있듯이 더 많은 국가가 핵무기를 구하려고 시도하는 실재적 위협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의 북한 언급은 북핵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수상 단체 사무총장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핵무기 보유는 물론 핵무기 사용 위협도 불법”이라며 “둘 다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벨위원회와 수상 단체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달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미 간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반핵 단체의 평화상 수상이 북핵 위기를 해소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수상 단체는 지난 7월 유엔이 채택한 핵무기금지협약에 도움을 주었지만 2007년 창립 이래 핵무기 감축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핵 없는 사회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미국 정부는 이 단체의 평화상 수상에 대해 “그 협약은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지 못할 뿐 아니라 단 하나의 핵무기도 없애는 결과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달가워하지 않았다. 미국은 핵무기금지협약에 동참하지 않았다. 기존의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대체하는 이 협약이 핵무기 개발과 비축은 물론 기존 핵무기의 전면 폐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공식 핵보유국인 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는 물론 비공식 핵보유국인 인도·파키스탄·북한·이스라엘 등도 불참했다.

핵보유국이나 핵우산 속에 있는 나라들은 핵 균형 유지,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핵무기 폐기에 반대한다. 그렇다고 북핵이나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폐기 등이 야기할 수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자유한국당은 북핵 위기를 틈타 전술핵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제기하는 핵 없는 사회를 위한 비전이 한반도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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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8일 시중에 판매 중인 일회용 생리대 전수조사를 한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처음 제기한 여성환경연대는 모든 유해성분을 조사하지 않은 성급한 결과라며 식약처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여성·환경단체들은 건강역학조사를 위한 서명운동은 물론 다음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부각시킬 태세여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생리대 안전성 논란 이후 정부가 내놓은 첫 조사 결과가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꼴이 된 것이다.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무엇보다도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음에도 안전하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데 있다. 식약처는 생리대에 들어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의 인체 위해성 평가를 토대로 조사했다. 84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 가운데 생식에 문제를 주거나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벤젠과 톨루엔 등이다. 식약처는 대부분 품목에서 유기화합물이 나왔으나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휘발성유기화합물 일부는 간 등 생식과 관련이 없는 장기에 관한 독성 참고치 기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소비자들이 우려한 생리대가 생리불안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밝히는 역학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의 배경에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깔려 있는 만큼 조사는 물론 발표에 이르기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하지만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만에 하나 이번 발표가 업무 파악을 제대로 못해 잇따라 총리의 지적을 받은 류영진 식약처장의 독단에 따른 것이라면 더욱 우려할 만하다.

정부 정책의 핵심은 신뢰성이다. 이번 사례는 아무리 과학적 조사에 기반을 뒀다고 해도 결론이 신중하지 못하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감만 높일 뿐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이런 식이라면 2차 휘발성유기화합물 전수조사나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도 비슷한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의 생리불순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길 수 있어 역학조사로도 인과관계를 밝히기가 결코 쉽지 않다. 정부는 조사 결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탓하기보다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조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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