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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 죽마고우 '보은 인사'(221217)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55년 죽마고우’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아들인 이 교수는 1967년 서울 대광초 1학년 때 윤 대통령을 만났고 서울대 법대(79학번)까지 같이 다녔다. 검사가 된 윤 대통령과 달리 학계로 진출했고,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캠프 싱크탱크인 미래비전위원회 간사를 맡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과 전문가 접촉, 대선 승리를 옆에서 도운 핵심 인사였다. 이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공직을 일절 맡지 않았다. ‘윤핵관’으로 승승장구한, 또 다른 죽마고우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는 딴판이다. 이 교수의 행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비서관을 연상시킨다. 양 전 원장은 공직을 고사하다 민주연구원.. 더보기
[여적] 화석연료 NPT(221110) 지난해 4월 지구의날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도로 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미국이 기후변화 리더십을 회복한다며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재가입해 의미가 컸다. 회의 바로 전날에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노벨상 수상자 101명은 정상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화석연료 확산금지조약(FF-NPT) 체결을 촉구했다. 화석연료를 감축하기 위한 국제조약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화석연료의 비확산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지만, 당시 이 제안은 크게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화석연료 NPT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착안했다. 1968년 체결된 NPT는 미국과 러시아가 5대 핵무기 보유국(미·러·영국·프랑스·중국) 외에는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후 파키스탄·인도·이스라엘·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지는 못.. 더보기
[여적] 위기의 어퍼머티브 액션(221102) 1960년대 미국 민권운동의 성과 중 하나가 사회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온 소수계를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의 도입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인종을 입학을 결정할 요소 중 하나로 인정하는 소수인종 배려 입학제다. 덕분에 흑인과 원주민, 라틴계와 아시아계 학생들은 명문 대학 입학 때 혜택을 받아왔다. 미국을 지탱하는 유산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근래에는 백인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부르면서 미 사법계의 대표적인 논쟁거리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이 정책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세 차례 있었다. 첫 판결은 1978년 캘리포니아주립대를 상대로 제기된 위헌소송이었다. 연방대법원은 소수인종만을 위한 고정적 할당제 입학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두 번째는 2003년.. 더보기
[여적] 트러스의 44일(221022) 영국의 세 번째 여성 총리 리즈 트러스(47)가 지난 20일 사임을 발표하면서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남기고 퇴진하게 됐다. 경제 위기에 빠진 영국을 구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모델로 삼았지만 날개를 채 펴기도 전에 추락했다. 트러스의 ‘44일 천하’는 세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감세 그리고 ‘양상추’다. 트러스의 총리직 수행은 여왕의 서거로 시작됐다. 취임 이틀 뒤 여왕이 서거했다. 트러스는 여왕이 임명한 15번째 총리였다. 최장수 군주의 마지막 총리가 최단명 총리가 된 것이다. 여왕 서거-찰스 3세 즉위-여왕 장례식 등 취임 첫 2주를 왕실행사로 보낸 트러스는 나흘 뒤 본격적인 정책 행보에 나선다.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법인세율 동결 등 대처 전 총리의 .. 더보기
[여적] 푸틴의 동원령(220923) 우크라이나 침공 7개월 만에 최악의 패배를 맛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세를 뒤집기 위해 대응책을 내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지난 21일(현지시간)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4개주에서 러시아와의 병합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결은커녕 확대될 위기에 처했다. 푸틴에게도 동원령은 고민거리였다. 러시아 내 강경파들은 지속적으로 동원령을 내릴 것을 요구했지만 푸틴은 수용하지 않았다. 자칫 국내의 반전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면 동원령은 군 경력이나 전쟁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을 징집할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이달 중순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주 등지에서 패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14년 확보한 돈바스 지역(루한스크·도네.. 더보기
[여적] 개미의 지구(220921)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일까. 땅 위를 줄지어 다니는 개미떼를 볼 때마다 드는 궁금증이다. 개체수를 따지자면 인간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개미는 고작 20만년밖에 안 된 인류에 비해 훨씬 전인 1억1000만~1억3000만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왔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 “지구의 진짜 주인은 개미”라는 말을 곱씹게 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개미 개체수가 2경마리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약 80억명인 인간보다 250만배나 많은 수치다. 개미 개체수 조사는 처음이 아니다. 다만 연구진은 수많은 학자들이 1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연구해 축적한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수치를 이끌어냈다. 연구진은 또 개미의 총무게가 1200만t에 이를 것으.. 더보기
[여적] '착한 기업' 파타고니아(220916) 지구 반대편 남미 대륙 끝에는 광활한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다. 한반도 면적의 약 5배 크기(104만㎢)인 파타고니아 대평원이다. 최대 풍속이 초속 60m에 이를 만큼 바람이 심해 ‘바람의 땅’으로 불린다. 거주지로는 부적합하지만 등반가들의 꿈인 피츠로이산을 비롯해 페리토모레노 빙하 등이 있어 많은 이들이 꼽는 꿈의 여행지이기도 하다. 이 지역이 유명해진 것은 동명의 글로벌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덕분이다. 창업자는 미국 암벽 등반가 출신의 이본 쉬나드(84)다. 대장간에서 직접 만든 암벽 등반 장비가 입소문을 타면서 회사를 차린 그는 아웃도어 의류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1973년 사명을 파타고니아로 바꿨다. 주한미군으로 근무할 때 북한산 암벽 루트를 개척해 한국인에게도 알려진 인물이다. ‘이 재킷을 사지 .. 더보기
[여적] 하르키우 퇴각(220914) 올해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건립 875주년이다. 모스크바시는 해마다 9월 첫 주말에 기념행사를 연다. 올해는 10~11일이었다. 시민들이 크렘린 앞 붉은광장에 모여 막바지 축제를 즐기던 11일 러시아를 실망시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에서 퇴각한다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하르키우주에서 러시아군을 퇴각시키는 등 이달 들어 영토 6000㎢(서울 면적의 약 10배)를 수복했다고 밝혔다. 11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꼭 200일이 되는 날이다. 초반 전세는 러시아에 유리했지만 이후 양측 간 공방이 팽팽히 이어지면서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군의 하르키우 퇴각은 우크라이나로서는 큰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우크라이나 동북부에 있.. 더보기
[여적] 풍전등화 자포리자 원전(220827) 우크라이나 전쟁의 특징 중 하나는 원자력발전소 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인 지난 2월24일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했고 3월4일에는 자포리자 원전을 손에 넣었다. 1986년 이래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에서는 곧 철수했지만, 자포리자 원전은 계속 장악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자포리자는 우크라이나의 15기 원자로 중 6기가 모여 있는 유럽 최대의 원전 단지다. 2014년 러시아가 차지한 돈바스 지역에서 200㎞가량 떨어져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에도 위험한 도박이 될 수밖에 없다. 원전 운영은 전문가들이 맡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원전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이 자칫 방사능 누출 등 원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한 .. 더보기
[여적] 감염병 대통령의 퇴장(220824) 2020년 봄 정체 모를 감염병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을 때, 전 세계인은 혜성처럼 등장한 한 사람에게 주목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백발이 희끗한 이 남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 브리핑실에 나타날 때마다 세계인의 이목이 쏠렸다. 사적모임 금지나 손씻기 등 기본 방역지침에서 백신 개발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대응책이 이 사람으로부터 나왔다. ‘감염병 대통령’이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82)이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는 무명인사나 다름없었다. 트럼프조차 코로나19 태스크포스를 꾸리기 전까지 그를 만난 적이 없었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전염병 대응 역사의 산증인이다. 코로나19..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