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가 쓴 기사/주간경향
카다피 축출, 군사개입 ‘정조준’ (2011 03/15ㅣ주간경향 916호)
emugi
2011. 3. 10. 01:43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리비아에 대한 무력개입을 할까.
리비아 사태가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무력개입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민간인에 대한 유혈참사 우려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3월 1일 리비아에 대한 급박한 군사개입을 부인하는 발언을 했지만 그 가능성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리비아 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다양한 군사력 사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실제로 군사개입 문제는 복잡할 뿐더러 정치적 대가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무력개입을 하라는 전방위적 압력은 거세지고 있다. 무력개입이 이뤄진다면 그 근거는 무엇이며, 어떤 수순을 밟게 될까.
미국의 수륙양용 공격함 키어사지호가 지중해의 리바아 해역으로 가기 위해 3월 2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수에즈운하/AP연합뉴스

미국의 수륙양용 공격함 키어사지호가 지중해의 리바아 해역으로 가기 위해 3월 2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수에즈운하/AP연합뉴스
미국과 서방은 리비아에 대한 무력개입의 근거는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 입장에서 보면 카다피는 대량학살자로서 제거해야 할 악성종양으로, 무력개입은 카다피 독재 42년을 종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더욱이 장기 내전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카다피를 이른 시일 안에 축출하지 않으면 추가 학살을 막을 수 없다는 우려도 섞여 있다. 하지만 카다피는 결사항전을 각오한 상태다. 카다피는 2월 28일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은 나를 사랑한다. 그들은 나를 위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가 자발적인 퇴진 의사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강제 퇴진이 불가피하며 그 방안은 군사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리비아에서 대량학살과 같은 인도적 대재앙에 대한 우려가 심화할 경우 무력개입 가능성은 높아지는 동시에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과거 보스니아 내전과 코소보 사태, 소말리아 사태 등 인도적 재앙이 초래됐을 당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무력으로 개입한 전례도 있다. 미국 국내외에서 조여오는 무력개입에 대한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 미 랜드연구소에서 20여년간 미국의 군사개입 문제를 다뤄온 전문가인 제임스 도빈스는 시사주간 타임에서 “갈수록 국제적인 무력개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오바마가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 논의 무르익어
군사개입이 이뤄진다면 어떤 순서로 진행될까.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지난 1일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4단계를 제시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미 전함 리비아 해상 배치→무인비행기 공습→지상군 배치 순이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사실상 군사개입의 첫 단계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WINEP)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중해의 미 6함대와 이탈리아의 나토 공군력을 활용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거나 해상봉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보태 통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군사개입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비행금지구역 설정 논의는 무르익고 있지만 3일 현재 어떠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상태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3월 2일 수도 트리폴리에서 연설을 하기 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서방의 무력개입이 있을 경우 리비아인 수천명이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리폴리/로이터연합뉴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3월 2일 수도 트리폴리에서 연설을 하기 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서방의 무력개입이 있을 경우 리비아인 수천명이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리폴리/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