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달러 이상 가진 2970만명 전세계 부 총액 38.5% 차지
전세계 곳곳에서 부자들에 대한 반감이 들끓고 있다.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9월 17일 뉴욕 맨해튼의 주코티 공원에서 월가 점령 시위를 시작한 이들은 자신들을 99%의 일반인이라 부르며 나머지 1% 부자를 규탄하고 있다. 월가 시위는 뉴욕의 월가를 넘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도 월가 시위에 동조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도대체 세계 1% 부자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얼마나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기에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을까.
세계 1% 부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스위스의 금융기관인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이 10월 19일 발표한 ‘세계 부 보고서(Global Wealth Report)’를 보면 대략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에 전 세계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은 2970만명으로 조사됐다. 세계 인구를 60억명이라고 가정하면 100만 달러 이상을 가진 부자는 전체의 0.5% 안에 속한다. 이들이 가진 부의 총액은 89조 달러로, 세계 전체의 38.5%를 차지한다.
미국내 금융자산 절반 상위 1%가 소유
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부자들 사이에도 등급이 있다. 주거하는 부동산을 제외하고 5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는 초슈퍼부자(UHNWIs)로, 3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자는 슈퍼부자((HNWIs)로 부른다. 이들 0.5% 부자들 가운데 초슈퍼부자에 속하는 사람은 8만4700명으로 조사됐다. 국가별로는 미국인이 42%인 3만54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 5400명(6.4%), 독일 4135명(4.9%), 스위스 3820명(4.5%), 일본 3400명(4%) 순으로 많았다. 신흥경제국인 브릭스(BRICs) 국가의 경우 러시아 1970명, 인도 1840명, 브라질 1520명이었다. 특히 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는 2만9000명, 5억 달러 이상 자산가는 2700명으로 조사됐다. 향후 5년간 100만 달러 이상 자산을 가진 부자 숫자가 가장 빨리 증가할 국가로는 중국과 인도, 브라질이 꼽혔다. 현재 중국의 100만 달러 이상 자산을 가진 부자는 100만명에 이른다.
캐나다 토론토 시민이 10월 15일 열린 ‘토론토 점령’ 시위 도중 ‘1%를 체포하라’고 쓴 종이를 들고 있다. 토론토/블룸버그연합뉴스
세계 부 보고서에서도 보듯 세계에서 초슈퍼부자들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1%는 어떤 사람들이며, 이들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미국의 1% 부자에 관한 각종 통계를 보면 상위 1%에 집중된 부와 이로 인한 경제 양극화의 진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미국의 상위 1%는 미국 전체 부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산출한 계산법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1%가 소유하고 있는 국가 전체의 부는 40%에 이른다. 사회학자 윌리엄 돔호프가 2007년 기준의 통계를 갖고 작성한 결과에서도 상위 1%는 전체의 42%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상위 1%는 국가 전체가 벌어들이는 수입의 24%를 가져간다. 1976년 미국의 상위 1%가 가져가는 국가수입은 9%뿐이었지만, 약 30년이 지나는 동안 거의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또 주식, 본드, 뮤추얼펀드 등 금융자산의 경우 양극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 내 전체 금융자산 중 50.9%는 상위 1%의 소유다.
반면 국민 절반에 해당하는 상위 50% 이하가 갖고 있는 금융자산은 0.5%에 불과하다. 개인별 부채의 경우도 상위 1%가 갖고 있는 비율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돔호프는 “2007년 현재 미국민의 개인별 부채 중 70%는 하위 10%가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99%에게 기회다’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든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대가 10월 15일 뉴욕 맨해튼에 있는 연방준비은행 밖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구체적으로 미국의 부자를 살펴보자. 미국에서 가장 부자가 많이 사는 동네는 어디일까. 미국의 부 연구회사인 웰스X의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월가 점령 시위가 일어나는 지역과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웰스X에 따르면 미국에서 3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슈퍼부자가 가장 많은 10대 도시 가운데 1위는 단연 뉴욕으로, 7720명이나 살고 있다. 이어 로스앤젤레스 4350명, 샌프란시스코 4230명, 시카고는 2550명, 워싱턴 2300명, 휴스턴 2250명, 댈러스 1855명, 애틀랜타 960명, 보스턴 890명, 시애틀 885명 순이다. 같은 슈퍼부자지만 이들에게도 부익부빈익빈이 존재한다. 또 금융부문이 부자 숫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욕에 슈퍼부자가 가장 많이 사는 것은 뉴욕이 은행가와 펀드매니저, 개인투자자 등 금융인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웰스X의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시대에 따라 부를 위한 특별한 기술들이 있다”면서 “지금은 금융서비스의 시대로 금융시장 분석가이거나 수학을 잘하거나 도박가 기질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부자가 가장 많은 미국에서 땅부자는 누구일까. 미국의 땅부자 순위를 매기는 ‘2011 랜드리포트 100’에 따르면 디스커버리채널 등을 거느린 케이블 방송의 선구자이자 미국 리버티미디어그룹의 존 멀론 회장(70)인 것으로 나타났다. 멀론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미국 내 부동산 규모는 220만 에이커(약 8903㎢)에 달한다. 이는 남한 면적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한다. 오랫동안 미국 제1의 땅부자였던 CNN방송 창립자이자 AOL타임터너의 테드 터너 부회장(73)도 200만 에이커 이상의 땅을 소유하고 있지만 멀론 회장이 메인주와 뉴햄프셔주에서 100만 에이커의 땅을 구입하면서 타이틀을 내줬다.
부정적인 경제 전망이 가장 두려워
그렇다면 미국의 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다. 미국의 피닉스마케팅인터내셔널이 100만 달러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지난 9월 향후 3개월 동안 미국 경제에 관한 전망을 물은 결과 62%가 극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던 73%를 기록한 2009년 2월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2010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 때문에 부자들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부자의 절반 이상은 현재 하고 있는 투자를 변경할 계획이 없으며, 8%는 투자를 줄이려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닉스마케팅의 데이비드 톰슨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부자들 가운데 주요 자산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공황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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