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14일 공단 본사 로비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비정규직인 공단 고객센터(콜센터) 노조원 약 1000명이 지난 10일부터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나선 데 대해 공단 정규직 노조가 반발하며 ‘노노 갈등’ 양상으로 번지자 돌파구를 찾기 위한 극약 처방이라고 한다. 김 이사장 행태의 적절성 여부도 논란거리이지만 이번 사태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따른 노노 갈등과 공정성 논란을 재점화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와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 이사장은 단식에 돌입하면서 “이사장으로서 두 노조가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했으나 대립만 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커 대화가 어렵다고 해도 조직의 장이 단식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식 자체가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파업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공단 측은 고객센터 노조가 지난 2월 직영화 등을 이유로 24일간 파업을 벌인 이후 이들의 정규직 논의를 위한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구성하고도 회의를 두 차례밖에 열지 않았다. 그동안 김 이사장은 제 역할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김 이사장이 단식이라는 극단적 처방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정황도 이해가 된다. 이번 사태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둘러싼 노노 간 갈등 구조가 투영돼 있다. 고객센터 직원들은 공단과 위탁계약을 맺은 민간업체 소속으로, 1600명이 넘는다. 이들이 지난 2월에 이어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위탁업체를 바꿀 때마다의 고용불안 때문이다. 반면 공단 직원들은 고객센터 직원들을 직접고용할 경우 회사 부담이 커지고 자신들의 복리후생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 역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에 공정성 논란까지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공성이 중요한 건보공단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의 고객센터도 직접고용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의 책무는 조직의 갈등과 이견을 조정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즉각 단식을 중단하고 두 노조를 설득해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두 노조도 마찬가지다. 고객센터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정규직 노조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논의하는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에 참여해야 한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3차 회의가 사태 해결의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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