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사망 1명·부상 5명의 인명피해를 낸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독성 화학물질 누출사고의 진상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향신문이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재해조사 의견서’를 보면 사고와 수습 과정은 어처구니없는 일의 연속이다. 사고 당시 배관 수정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들은 독성 물질이 누출되자 손으로 막았다. 원청이 위험 물질임을 몰라서 현장의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또 작업 전 배관에 남은 화학물질을 제거하지 않고 작업하고, 사고 후에도 차단 밸브를 잠그지 못해 하청업체 직원들이 10분 넘도록 허둥댔다. 유독 물질이 누출됐을 때 즉각 밸브를 잠그는 것은 안전수칙의 기본인데, 어떤 밸브를 잠가야 할지 몰랐다는 것이다. 이런 기초적인 수칙도 지키지 않는 바람에 작업자들을 대피시키지 못해 인명피해를 키웠다. 게다가 회사 측은 애초 공사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를 작업자로 선정했다. 결국 업체 선정부터 사고 발생 후 조치까지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 사고의 원인이었던 셈이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2015년 질소가스 누출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사망하고, 2018년엔 승강운전기 끼임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이 숨지는 등 산재가 빈발했다. 이 때문에 회사 대표는 지난 2월 국회 산재 청문회에 참석해 산재 줄이기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회사는 지난달 최고안전환경책임자 직급을 신설, 산재를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체계화된 안전대책이나 안전의식이 없다면 이런 약속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노동자 보호와 산재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벗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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