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지난 3월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백악관에 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백악관의 지시로 해외 미군 재배치 및 철수 방안을 검토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민감한 주한미군 감축론이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미 행정부가 공식 문건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비 지출 규모를 이유로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공식 지시한 터라 느끼는 긴장도가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미 국방부는 WSJ 보도에 “군사 태세 점검은 일상적인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2018년 초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초점을 맞춘 국가국방전략(NDS) 보고서를 내놓은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을 우선순위로 하는 미군 재배치 계획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미군 재배치 전략의 일환이라 하더라도 주한미군 감축은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사안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대응전력을 약화시키는 일을 추진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이런 민감한 사안을 한국과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옳지 않다.
주한미군 감축론이 방위비 인상 압박용 카드라도 문제가 되기는 매한가지다. 트럼프는 그동안 주한미군 감축과 방위비 협상은 별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둘을 연계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특히 지난달 중순 독일의 국방비 지출에 불만을 표시하며 오는 9월 말까지 주독미군을 2만5000명으로 9500명을 줄이라고 지시한 것은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주둔군을 줄이겠다는 것이 허풍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말 한·미 실무협상단이 다 합의해놓은 협상안을 막판에 트럼프가 깬 것을 보면 그가 주한미군 감축과 연계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만약 방위비를 더 받아내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론을 꺼낸 것이라면 지극히 유감스럽다. 동맹이라는 말을 쓸 자격이 없는 비열한 행태이다.
주한미군 감축론이 거론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미국 내에서도 반대론이 비등하다. 의회가 현 2만8500명 수준의 주한미군 규모를 행정부가 마음대로 줄이지 못하도록 입법화까지 한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감축이 미 대선 정국에서 핫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상황을 주목하면서 한반도 안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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