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특고) 노동자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하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및 고용보험 징수법 개정안을 8일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특고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노동부는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9월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노동부의 계획대로 특고 노동자가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 오는 12월부터 시행되는 예술인에 이어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로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특고 노동자를 고용보험 당연 적용 대상으로 하되, 구체적인 대상 직종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특고 노동자 중에서도 한 사업주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정도가 강한 직종이 우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경기보조원), 방문판매원, 대리운전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특고 노동자는 임금 노동자와 달리 소득이 감소한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는 고용보험 지급 대상을 취업 기준에서 소득 기준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모든 취업자의 실소득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은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의 선결 요건이다.
특고 노동자를 고용보험 적용 대상으로 하는 방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다. 2018년 11월 발의된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안은 특고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그 직종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 5월 통과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서 예술인만 적용 대상이 되면서 특고 노동자는 빠졌다.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다가 여론에 밀려 예술인만 적용한 것이다. 이러는 사이 택배기사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물량 증가로 올해 들어 3명이 과로사했다.
이제 공은 21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스스로 20대 국회안보다 진전된 안을 마련하거나, 입법예고된 정부안을 하루빨리 통과시키는 데 협조해야 한다. 20대 국회처럼 논의만 하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250만 특고 노동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다. 현재 고용보험 가입률은 50%를 밑돈다. 예술인과 특고 노동자가 가입하더라도 여전히 100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은 사회안전망 바깥에 있다. 특고 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은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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