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이 한국에 오면 반드시 거치는 곳이 있다. 국가정보원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다. 2008년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로 문을 열었다가 2014년 현재 명칭으로 바뀌었다.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이 계기가 됐다. 합신센터의 역할은 탈북민 중 위장 잠입 간첩을 색출하는 일이다. 최대 6개월간 탈북자를 조사할 수 있다. 진술서를 토대로 조서를 작성하는데, 합신조서로 불린다. 검찰은 합신조서를 바탕으로 국가보안법상 간첩 협의 등으로 기소한다.
합신센터 신문은 탈북민에겐 악몽이다. 독방 조사가 필수다. 그 방엔 CCTV가 설치돼 있고, 문 바깥엔 잠금장치가 달려 있다고 한다. 변호인 선임, 외부인 면회, 편지 교환이 금지된다. 고립된 조건이다보니 종종 수사관의 강압적 조사에 따른 간첩조작 말썽이 난다. 유우성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씨가 간첩으로 몰린 근거는 합신센터에서 나온 여동생의 허위 자백이었다. 그 여동생은 6개월간 조사 후 국정원의 강압에 의해 ‘오빠가 간첩’이라고 허위 진술했다고 폭로했다. 결국 유씨는 대법원 판결로 2015년 10월 간첩 누명을 벗었다. 유씨가 간첩이라는 근거는 여동생 자백을 바탕으로 한 신문조서밖에 없었다. 법원은 이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합신센터에서 조사받은 뒤 간첩으로 확정판결받은 일이 10여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일부는 조작 의혹이 인다.
유씨와 비슷한 사례가 홍강철씨 사건이다. 홍씨는 2013년 탈북한 뒤 합신센터에서 약 90일간 독방 조사 끝에 강압에 의한 직파간첩이라고 허위 자백을 했다.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홍씨가 대법원의 무죄 확정으로 재판 7년 만에 간첩 혐의를 벗었다. 합신조서와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첫 대법 판례가 세워진 것이다. 기소·처벌의 출발선이 된 합신조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졌다. 국회는 지난 13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3년 뒤 경찰에 넘기도록 국정원법을 개정했다. 비록 조사기간이 최대 3개월로 단축되고, 독방이 아닌 2인1실에서 조사받지만 보호센터에서의 국정원 조사는 계속된다. 국정원이 ‘간첩제조 공장’ 시비와 흑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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