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총리 이전에 독일을 이끈 세 남성 총리는 10~20대 때부터 정당에 몸담았다. 1974~1982년 총리를 지낸 헬무트 슈미트는 28살 때인 1946년 사회민주당(SPD)에 가입해 이듬해 학생조직을 이끌었다. 슈미트 뒤를 이어 16년간 독일 총리를 지낸 헬무트 콜이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에 들어간 나이는 더 어린 16살이었다. 그는 1년 뒤 CDU와 기독사회당(CSU)의 청년 연합조직인 ‘융에 유니온’ 지역조직을 공동으로 설립했다. 콜의 후임 총리인 게르하르트 슈뢰더(76)는 19살 때 사민당에 가입해 34살에 청년조직 의장이 됐다.
유럽 정치가 중에는 정당의 청년조직부터 시작한 사람이 많다. 독일뿐만 아니다. 역대 최연소 여성 총리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5)는 21살 때 사회민주당 청년조직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세계 최연소 정부 수반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34)는 22살 때 우파 정당인 국민당에 들어가 이듬해 청년조직 대표가 됐다. 선거 때만 ‘청년 정치’가 호명되는 한국과는 딴판이다. 국내 정당에도 청년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지만 허울뿐이다. 청년 정치인 육성이라는 말도 사탕발림이다. 한국에서의 청년은 ‘늙은 정당의 주름살을 가리는 비비크림’ ‘위장용 액세서리’로 소모되는 게 현실이다.
국민의힘이 당내 청년당(청년국민의힘)을 6일 창당했다. 독일의 ‘융에 유니온’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독일에서 공부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산파 역을 맡았다. 그는 1970년대생 국가 지도자가 탄생할 때가 됐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청년당은 기존 당 청년위원회와 달리 독립된 예산·인사·의결권을 지니고, 중앙당 국고보조금 5%를 별도 예산으로 받아 회계 독립성도 갖게 된다.
당내 청년당 실험은 보수정당이 먼저 시작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강준만 교수는 2015년에 낸 책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에서 “청년 정치가 진보적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어느 정당이든 청년 정치의 텃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내실이다. 흔히 정당은 민주주의의 학교로 불린다. 청년당이 당내 민주주의와 의회·정책 교육을 통해 미래의 지도자를 키우는 요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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