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반발과 정치권의 공방으로 논란이 돼온 하반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규모를 축소한 채 예정대로 16일부터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8일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해 후반기 지휘소 연습에 참여할 한·미 양측 인원을 모두 줄이기로 했다”면서 “방어와 반격 등 훈련 시나리오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적 불가피성은 이해하나, 남북 통신선 복원으로 조성된 화해 무드를 감안하면 일정을 조정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번 훈련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반발과 일정 연기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으로 논란이 컸다. 김 부부장은 지난 1일 담화에서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며 남측 결정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통신선을 복원한 지 닷새 만에 북한이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후 여당 내에서 연기와 강행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청와대마저 결정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야당으로부터 북한에 이끌려간다는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상반기부터 한·미 양국이 잇따라 연합훈련을 축소·연기한 것은 병력 보호를 우선시한 조치였다. 최근에도 양국 모두 코로나 상황이 심각함을 감안하면 훈련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실내에서 진행되는 전투지휘소 연습이 야외 기동훈련보다 집단감염에 취약하다는 점도 고려됐어야 한다. 물론 한·미 동맹 측면에서 연합훈련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한 필요성도 이해한다. 하지만 훈련을 폐지하는 것도 아닌 연기·유예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정부는 외교적 노력과 함께 국내 반대 여론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충분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제 관심은 북한이 향후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쏠린다. 김 부부장의 경고는 연례 훈련에 대한 북한의 의례적 반응일 가능성이 있다. 그는 지난 3월 상반기 연합훈련 중 “3년 전의 따듯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말뿐이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강행을 이유로 이전보다 도발적 태도를 보일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이번 훈련의 성격에 대해 북측에 충분히 설명해 불필요한 갈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무력 도발이나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 남북 간 소통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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