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예고한 ‘10·20 총파업’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를 비롯해 총파업을 강행할 태세다. 민주노총과 정부 간 극적인 타협점이 없다면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코로나19 시기에 노동자들의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해왔다는 이유로 파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들이 내건 핵심 요구사항은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전면 개정, 산업 전환기 일자리 보장, 주택·교육·의료·돌봄·교통 공공성 강화 등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동 현안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전체 조합원의 절반인 55만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된다면 여느 때보다 참가자가 많게 된다. 이번 총파업은 건설노동자, 공공·민간 비정규직 노동자, 간접고용 및 하청용역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이 주도한다.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전면에 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는 파업을 막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15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총파업 철회’라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서울시도 총파업 관련 집회 10건 모두 금지하고, 집회 강행 시 주최자와 참여자를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즉시 고발하겠다고 했다. 총파업으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면 11월부터 시행할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지난 7월 초 서울 도심 집회 등 민주노총 행사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한 사례가 없다며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공동체의 안전과 집회의 자유라는 두 가치가 정면충돌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원칙을 바꿀 수는 없고, 민주노총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총파업을 포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마지막 희망은 정부와 민주노총이 대화를 통해 총파업을 막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김 총리는 민주노총이 지난 7일 기본권과 방역법 충돌 문제를 비롯한 현안에 대한 공개토론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번 파업을 막고자 한다면 김 총리는 당장 민주노총과 만나야 한다. 민주노총도 총파업 강행을 재고해야 한다. 그래도 강행한다면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11월 위드 코로나의 안정적 정착은 타협할 수 없는 과제다. 민주노총 총파업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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