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니가타현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28일 결정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반대에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천하기로 함에 따라 한·일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에 이어 또다시 역사왜곡을 시도하려는 일본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등재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자민당 강경파의 전방위 압력으로 급선회했다. 아베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역사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기시다 총리를 압박했다. 여론도 찬성이 앞섰다. 한국이 내년 하반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에 도전하면 등재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 등 강경파의 공세에 밀려 또다시 과거사 문제에서 퇴행하다니 유감스럽다. 총리가 바뀌어도 한·일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 실망스럽다.
일본이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이유로 에도시대에 수작업 기술로 금을 대규모 채굴했다는 등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태평양전쟁 전후 조선인 강제동원 논란을 피하려는 꼼수일 뿐이다. 태평양전쟁 전후 사도광산에 동원된 조선인이 20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확인됐다. 사도광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로 제한하려는 것은 명백한 역사왜곡이다. 더구나 일본 정부는 군함도 논란 때 조선인 강제노역을 비롯한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로부터 지난해 7월 약속 이행 권고를 받았다. 국제사회와의 약속도 어기면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니 어이가 없다.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하다. 향후 일본의 공세에 맞서 모든 외교력을 동원해 사도광산의 역사적 사실을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려 세계유산 등재를 막아야 한다. 사도광산은 조선인·중국인·연합군 포로 등 피해자가 다양한 군함도와 달리 동원된 사람도 조선인뿐이다. 빈틈없이 대응해야 한다. 유네스코는 일본의 시도를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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