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24일 보도한 경기도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의 안전수칙 미준수 실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코앞에 둔 현재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경향신문과 동행한 산업안전보건공단은 현장에서 안전난간 미설치 등 유해·위험 사항은 물론 2인1조 근무 같은 안전수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건설·제조업 등 사업장에 대한 13차례 현장점검 결과 기본 안전수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업장이 63%나 된다고 하니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업장의 3분의 2가량이 안전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더라도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의 안이한 자세는 최근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와 포스코 포항제철소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화정 아이파크 시공사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에서 철거건물 붕괴사고로 9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를 낸 업체다. 포항제철소에서는 최근 3년 동안 노동자 8명 숨졌으며, 이중 산재 사망자는 포스코 5명·포스코케미칼 1명 등 6명이다. 이들 기업은 사고 때마다 최고경영자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사고 재발을 막지 못했다. 두 기업의 행태는 역설적으로 중대재해법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23일 기업인 77.5%가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규정에 대해 과도하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나흘 앞두고도 안전 강화보다 문제점을 들추는 데 열 올리는 재계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법 통과 후 산재 다발 기업들은 안전책임자를 신설하는 등 안전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은 여전히 안전과 거리가 멀다. 산재 다발 사업장에 정교한 안전체계가 구축되지 않는 한 중대재해가 줄어들기를 기대하기는 요원하다.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법의 문제부터 제기하는 것은 기업의 자세가 아니다.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마련에 최선을 다했는지 되돌아보는 일이 우선이다.
이틀 뒤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다. 중대재해를 줄이려면 산업현장의 안전조치 구축,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및 법 위반 시 엄정 처벌이라는 3박자가 맞아야 한다. 기업과 정부 모두 중대재해법 시행이 ‘산재 공화국’ 오명을 벗는 전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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