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이 8일 만에 종료됐다. 화물연대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지난 14일 밤 파업의 원인이 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및 품목 확대 등 4가지 항목에 합의해서다. 가뜩이나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파업 사태가 봉합된 것은 다행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노·정 합의를 계기로 안전운임제를 강화하는 방안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노·정 합의는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을 해소할 길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안전운임제는 적정임금을 보장해 화물노동자들의 생계를 유지해주고 과적과 장시간 운행에 따른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시멘트와 컨테이너 부문에 한해 올해 말까지 3년 시한으로 도입됐다. 애초 종료 1년 전 국토부 장관이 시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이를 근거로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화물연대 파업 돌입 전까지 진전이 없었다. 후속 조치를 마련하지 못해 파업을 부른 책임이 정부와 국회 모두에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노·정이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적어도 안전운임제가 올해 말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데다 안전운임제 강화 방안을 논의할 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의문에 서명한 지 하루도 안 돼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이라는 문구를 둘러싼 해석 탓이다. 화물연대는 이를 일몰 조항 폐지로, 정부와 여당은 일몰 기한 연장으로 해석한다. 자칫 갈등 재연의 소지가 되거나 향후 논의 진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물류대란부터 막고 보자는 정부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기를 바란다.
어느 때보다 정부·여당의 책임과 역할이 중요해졌다. 정부는 노·정 합의를 존중해 국회에서 후속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합의 문구 해석을 명확히 해 불필요한 갈등의 불씨를 없애야 한다. 합의문에 따라 안전운임제 시행 성과를 분석해 국회 차원의 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도 필요하다. 노·정 합의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제2의 파업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당연히 안전운임제 관련 법 보완·수정 작업은 국회의 몫이다. 표류하고 있는 원구성 협상이 급선무다. 국회는 이번엔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정부·여당 모두 모처럼의 기회를 날려서는 안 된다. 경제계도 일몰 조항 폐지에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무엇이 유리한지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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