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가 쓴 칼럼/정동탑 썸네일형 리스트형 정동탑13/노벨평화상과 즐거운 상상 한 번 상상해보자.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반대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미 대통령이 됐다면 노벨평화상 수상이 가능했을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까. 오바마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그의 수상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비판론자들 주장의 핵심은 ‘시기상조론’이다. 대통령 재임기간이 1년도 되지 않아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업적 평가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미 정가에서도 왈가왈부 중이다. 공화당 쪽에서는 그가 이뤄낸 성과보다 그의 스타 파워의 반영물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에서는 전쟁 중인 대통령은 평.. 더보기 정동탑12/이란 아프간 대선과 미 이중잣대 1년 전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폴리시(9·10월호)는 미국 대외정책의 이중잣대(double standard) 가운데 걱정되는 것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물었다. 다양한 답변 가운데 ‘민주선거를 권장하면서도 싫어하는 나라의 경우 결과를 인정하지 않기’ ‘민주주의와 자유를 강조하며 독재정권 지지하기’ 등 선거 관련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전자의 대표적 사례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선거와 하마스가 언급됐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팔레스타인 양대 정파 가운데 강경파인 하마스가 2006년 선거에서 온건파인 파타에 승리를 거뒀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급기야 지난 겨울 전쟁까지 치렀으니 말이다. 선거를 바라보는 미국의 이중잣대는 여전하다. 최근 두 달여 시차를 두고 치러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선거가 .. 더보기 정동탑11/역사는 과연 진보하는가 지난 한 달 동안 지구촌에서는 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랐다. 이란 대선 불복시위(6월12일), 온두라스 쿠데타(6월28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유혈참사(7월5일) 등이다. 세 사건의 공통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굳이 들자면 모두 반(反) 서방국가라는 점 정도일 듯하다. 그럼에도 마치 한 몸에서 나온 돌연변이처럼 비슷하다는 착각이 든다. 그래선지 사건을 바라보는 마음도 편치 않다. 무엇보다도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에 의문부호를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진행형인 이 사건들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향후 역사는 이 사건들을 어떻게 규정할까. 이란의 대선 불복시위 열기는 한 달이 지나면서 시들고 있다. 불씨마저 꺼진 것이 아닌가라는 분석도 나온다. 초기만 해도 테헤란 도심을 가득 메운 인파와.. 더보기 정동탑10/"정부는 거짓말한다" 지금 미국에선 ‘고문 메모’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고문 메모란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 시절 미 중앙정보국이 물고문 등 테러 용의자들에게 ‘가혹한 신문’을 하도록 법적 근거를 담은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중순 공개하면서 최고의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바마는 작성자를 조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벌어지는 양상은 그의 손을 떠난 모습이다. 부시 전 행정부의 반발에 이어 메모 작성에 참여한 변호사 3명에 대한 법적 책임 공방이 일었다. 급기야 미 행정부 내 서열 3위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마저 ‘진실게임’에 휘말리면서 파장이 번지고 있다. 고문 메모 논란은 국가안보, 정치 공세 그리고 정부의 거짓말을 생각하게 한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또 다른 테러 공격에 취.. 더보기 정동탑9/'바잉 더 워' 9·11 테러 직후 미국민들의 애국심은 절정에 달했다. 알카에다와 사담 후세인을 향한 분노는 이글거렸다. 그동안 ‘눈엣가시’를 없애지 못해 안달이 난 부시 행정부에 애국심과 분노는 더할 나위 없이 써먹기 좋은 수단이었다. 언론도 귀찮은 방해꾼이 아니었다. 언론 스스로 애국심 열기와 보도경쟁에 사로잡혔다. 후세인이나 대량살상무기(WMD) 정보만 언론에 살짝 흘리면 나머지 일은 착착 진행된다. 언론이 충실히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 정보의 사실 여부는 상관없다. 후세인 제거를 위한 부시의 이라크 침공 드라마는 2002년 가을부터 본격화한다. 백악관 안에 ‘전쟁을 팔’ 마케팅 조직이 생긴다. ‘백악관이라크그룹(WHIG)’이다. 판매원은 부시의 정치고문인 칼 로브와 비서실장 앤드루 카드, 국가안보보좌관 콘돌리자 .. 더보기 정동탑8/'다른 세계'는 필요하다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과 매년 같은 시기에 열리는 세계사회포럼(WSF)은 주류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지 못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WSF는 현 세계의 지배원리인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공개적으로 반대한다. 자본의 논리에 지배받은 주류 언론이 반길 리 없다. WSF 참석자 가운데 관심을 끌 만한 유명인사들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유명인사 축에 드는 이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 주류 언론이 좌파로 딱지붙인 인물들이다. 일반 참석자들도 급진 좌파에서 사회개혁운동가, 인권운동가, 환경보호 활동가 등 주류 언론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인사’들이다. 브라질 열대우림인 아마존 벨렝에서 1일 끝난 올해 행사는 예년과 달랐다. 외신에 따르면 .. 더보기 정동탑7/오바마 개혁 시험대 '로비' 미국 자동차업계 ‘빅3’가 이번주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다. 2일(현지시간)까지 자구책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3일과 5일엔 청문회가 열린다. 자구책이 만족스럽다면 의회는 다음주 250억달러 지원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러 이유 때문에 빅3 운명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최고경영자가 타고올 교통수단조차 뉴스거리가 될 정도다. 지난달 의회로부터 ‘도덕성 해이’라고 지탄받았음에도 이들은 자가용비행기를 타고 청문회에 참석할 모양이다. 내 관심은 이보다 미 정부가 금융산업에 대한 구제방침을 빅3에도 적용할지 여부다. 미 정부는 지난 9월 양대 모기지업체 프레디맥과 패니메이를 국유화했다. 1주일 후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시켰다. 그 후 AIG, BOA, 씨티그룹 등엔 세금 수천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과연 미 정부.. 더보기 정동탑6/'피스맘'의 접을 수 없는 꿈 그를 보면 영원히 바위를 굴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푸스가 떠오른다. 선봉에 서서 군중을 이끄는 모습에선 전쟁터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모습보다 투사의 강인함이 느껴지지만, 그만이 아는 불안한 그림자가 불굴의 투지 뒤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시지푸스처럼 포기하지 않고 부조리를 삼키며 묵묵히 나아갔다. 그러기를 약 22개월. 그동안 29년을 함께 한 남편은 떠났다. 주변에 남은 것은 망가진 몸과 빚더미,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좌절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시지푸스이기를 거부했다. 5월28일, 미국 반전운동의 상징인 ‘평화의 엄마(Peace Mom)’ 신디 시핸(50)이 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은 미국의 현충일(Memorial Day)이자 3년여전 이라크에서 숨진 아들 케이시의 .. 더보기 정동탑5/미 대선, 돈과 인터넷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와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한판 붙은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시점만 해도 최대의 화제 인물은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였다.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였던 딘은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딘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대선을 1년5개월 앞둔 2003년 6월23일. 출마 선언 1년여 전만해도 미 ABC방송은 12명의 잠재 후보군 가운데 그를 8위로 평가했다. 그런 그가 후보사퇴를 선언한 2004년 2월까지만 해도 민주당 후보 가운데 1위를 달렸다. 출마 선언 후 3개월 동안 모은 선거자금 규모는 1995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세운 역대 민주당의 분기 최대 모금액인 1030만달러를 크게 넘어선 1480만달러나 됐다. 딘의 급부상은 알다시피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전략 .. 더보기 정동탑4/불편한 진실 '종말 5분전' 지구종말 시계(Doomsday Clock)가 지난달 17일 11시55분으로 2분 앞당겨졌다고 한다. 이 시계는 1947년 과학자들이 핵 전쟁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자정을 인류파멸의 시간으로 가정한 것이다. 시계는 자정 7분 전인 11시53분에서 출발했다. 지난 60년 동안 11시43분(냉전 종식)~11시58분(수소폭탄실험 성공) 사이에서 18차례나 왔다갔다했다. 이 때문에 2분 앞당겨졌다고 해서 솔직히 ‘큰 일 났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가지 점이 특별히 관심을 끌었다. 하나는 지구온난화가 처음으로 지구종말 시계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 시계를 움직인 핵심 요인은 전쟁과 평화, 군비경쟁과 군축 등이었다. 이 시계를 관리하는 미국 핵과학자회는 이번 조정 원인의 하나로..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