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종말 시계(Doomsday Clock)가 지난달 17일 11시55분으로 2분 앞당겨졌다고 한다. 이 시계는 1947년 과학자들이 핵 전쟁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자정을 인류파멸의 시간으로 가정한 것이다. 시계는 자정 7분 전인 11시53분에서 출발했다. 지난 60년 동안 11시43분(냉전 종식)~11시58분(수소폭탄실험 성공) 사이에서 18차례나 왔다갔다했다. 이 때문에 2분 앞당겨졌다고 해서 솔직히 ‘큰 일 났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가지 점이 특별히 관심을 끌었다. 하나는 지구온난화가 처음으로 지구종말 시계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 시계를 움직인 핵심 요인은 전쟁과 평화, 군비경쟁과 군축 등이었다. 이 시계를 관리하는 미국 핵과학자회는 이번 조정 원인의 하나로 이란과 북한의 핵 위협 등 이외에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라는 점을 처음으로 지적했다. 또 하나는 테러보다 지구온난화가 인류에 더 위협이 된다는 사실의 확인이다. 바로 직전 이 시계의 조정은 ‘9·11테러’ 후에 이뤄졌다. 당시도 2분 앞당겨졌다. 이번에 2분 더 자정 쪽으로 다가갔으니 테러보다 지구온난화가 더 중요하다는 점은 증명된 셈이 아닐까. 영국의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같은 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테러는 수백, 수천명을 죽이지만 지구온난화는 수백만명을 죽인다. 우리는 테러보다 지구온난화와의 전쟁을 해야 한다”며 이 사실에 힘을 실어줬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위원회(IPCC)는 지난 2일 ‘지구온난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130개국 250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6년 만에 나온 이 보고서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최대 4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을 꼽았다. 일부 학자는 현실은 보고서보다 더 심각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를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전지구적 재앙에 대한 경고의 틈바구니를 파고드는 기업의 ‘음흉한 간계’다. 미국의 보수연구단체인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이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학자들에게 1만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사실을 밝힌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는 간계의 실체를 잘 보여준다. AEI는 세계 최대 기업인 엑손모빌로부터 연 160만달러 이상을 지원받고 있다. 미국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 서명을 철회한 것은 정치권과 기업, 언론의 결탁 때문이라는 점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강조해온 ‘불편한 진실’의 핵심이다.
지구온난화 위협에 대한 일련의 경고가 정책결정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 사안이 환경운동가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진 8개국(G8)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기후변화를 올해 G8 정상회담의 주 의제로 다루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말이 빈 말이 아니길 기대할 따름이다. 소비자인 우리는 어떠한가. 지구온난화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먼 훗날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분명한 것은 세계가 테러와의 전쟁에 파묻힌 5년여 동안 지구는 그만큼 환경재앙에 더 노출되고, 인류는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처하는 시간을 그만큼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가 더 이상 환경운동가들만의 ‘불편한 진실’이 돼서는 안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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