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2년 어느날, 그해 중간선거를 앞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32대 대통령은 당시 육군참모총장인 조지 마셜 장군과 연합군의 북아프리카 공격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마치 기도하듯 두 손을 모은 채 마셜 장군에게 “제발 선거 전에 결정해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선거 당일까지도 미군은 북아프리카 해상에 머물렀다.

미 스탠퍼드 대학 역사학자 데이비드 케네디 교수는 1999년 쓴 퓰리처상 수상작 ‘공포로부터의 자유:1929~1945, 대공황과 전쟁 시절의 미국인’이라는 책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1942년 11월 3일 중간선거일에 북아프리카에 파견될 미군을 실은 수송선은 여전히 해상에 있었다.” 결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민주당은 하원에서 47석을, 상원에서 7석을 잃는 등 중간선거에서 대패했다.

#2.1862년 시민전쟁 당시 치른 중간선거에서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애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 행정부의 노예해방선언과 시민권 침해 등에 맞섰다. 민주당은 당시 노예제도에 반대하는 전쟁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민주당 오하이오주 지부는 ‘헌법은 헌법 그대로, 연방은 연방 그대로, 그리고 흑인은 흑인이 있는 곳에 그대로’라는 슬로건을 내걸 정도였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링컨 대통령의 공화당과 연합연방당에 맞서 하원에서 34석이나 앞서는 승리를 거뒀다.

#3.1918년 1차 세계대전 종전을 코앞에 두고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은 당시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운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 대통령에 맞서 하원과 상원을 모두 차지하는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25석, 상원에서 5석이나 공화당에 뒤졌다.

#4.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은 공화당에 하원 28석, 상원 7석을 뒤지는 패배를 맛봤다. 위스콘신 주 출신의 조 매카시 공화당 의원의 이름에서 비롯된 ‘매카시즘’으로 불리는 반 공산주의 광풍 덕분이었다.

#5.1966년 월남전 초반에 실시된 중간선거는 민주당의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하원과 상원에서 공화당에 각각 47석과 3석을 뒤지는 큰 패배를 안겼다.

위의 다섯 가지 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라크전쟁 가치 있지 않다” 57%

‘전쟁과 미국인의 투표행태’를 분석한 미국의 시사월간지 ‘애틀랜틱’ 온라인판 10월 25일자 기사에 따르면 1860년 이후 전쟁기간 동안 치른 다섯 번의 미국 중간선거에서 전쟁을 이끈 집권당은 모조리 대패했다. 다섯 번의 선거에서 집권당이 잃은 평균 의석은 하원 36석, 상원 5석이었다. 미 유권자는 전쟁을 수행 중인 정당을 중간선거에서 여지없이 응징한 것이다. 과연 조지 W. 부시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운명을 결정할 11월 7일 중간선거에서도 이같은 ‘응징의 역사’는 반복될 것인가.
현재 이라크전을 치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은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마크 폴리 전 공화당 의원의 성추문, 거물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와 데니스 해스테트 하원의장의 부패스캔들 등 끊임없는 악재에 시달리면서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변수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이다. 만약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그 원인은 이라크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조지W.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10월 19일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에서 열린 공화당 조지 앨런 상원의원의 선거자금모금 캠페인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같은 가능성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실시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실제로 로이터통신과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조그비’가 10월 2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크 폴리 의원의 성추문이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2%에 불과한 반면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사람은 74%나 됐다. 반면 이라크전이 미군 다수의 생명을 바칠 만큼 가치 있는 전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57%나 돼 한 달 전 53%에 비해 4%포인트 늘어났다. 게다가 미군이 올 연말까지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약 50%였으며, 이들 가운데 즉각 철수해야 한다는 비율은 15%, 2007년 중반까지 철수해야 한다는 비율은 20%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이라크 정정이 안정될 때까지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1%였다.

이라크전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물론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월남전 속에 치른 1966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린든 존슨 대통령보다도 10~15%포인트나 낮다. 존슨 대통령은 당시 다수의 국민이 전쟁을 지지하고, 그에 대한 지지도가 48%에 달했음에도 패배했다.

공화당에 대한 지지도도 민주당에 크게 뒤지고 있다. 10월 20~22일 CNN의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56%로 39%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 공화당을 무려 17%포인트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은 중간선거 판세에서도 불리한 상황이다.

AP통신은 10월 19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상원 4개, 하원 10개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이 양원에서 다수당이 되기 위한 필요한 의석인 상원 6석, 하원 15석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AP통신은 1주일 후인 10월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지만, 상원에서는 공화당과 동수를 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상원 의석이 공평하게 양분된다고 해도 공화당은 여전히 공식적인 다수당으로 남는다. 미 헌법은 양분된 상원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상원의장직을 부통령이 겸임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역사처럼 이라크전을 치르는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것인가. 그 경우 이라크전 정책은 어떨게 될까.


이라크전에서 숨진 미 해병 저스틴 월시의 장례식이 10얼 19일 오하이오 주 큐야호가 폴스의 한 교회에서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공화당 패배 클수록 철군 빨라질 것”


월간 ‘애틀랜틱’은 2008년 대통령선거 이전에 미군을 이라크로부터 철수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할 것이며, 민주당의 승리가 크면 클수록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전쟁 중인 집권당에 반대하는 투표행태는 공화당의 유력한 2008년 대선 후보인 존 매캐인 상원의원과 같은 전쟁 옹호자를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고, 결국 부시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현실’을 직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3분의 1인 33명, 하원의원 433명 전원, 주지사 50명 가운데 3분의 2인 36명을 선출한다. 현재 상원의원은 공화당 55명, 민주당 44명, 무소속 1명이며, 하원의원은 공화당 231명, 민주당 201명, 무소속 1명이다.


Posted by emu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