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보석금 문제인가, 미국의 이란 제재 때문인가. 아니면 이란 국내 권력싸움 때문인가.’

 지난해 이란 국경을 넘어 간첩혐의로 체포된 미국 여성 세라 쇼어드(32)의 석방이 이란 당국의 약속과 달리 지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 당국 스스로가 쇼어드의 석방을 약속했다가 취소하고, 보석금 50만달러를 내면 석방하겠다고 말을 바꾸는 등 혼선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20일 가족 재회 당시의 세라 쇼어드 모습.                               테헤란/AFP연합뉴스

  
   1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최고위 관계자들이 쇼어드의 석방 가능성을 밝힌 것은 지난 9일이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당시 쇼어드가 11일 석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는 보석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란 사법당국은 바로 다음날인 지난 10일 쇼어드 석방 계획을 취소했다. 그러다 지난 12일 보석금 50만달러를 내면 석방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 때문에 쇼어드 석방이 지연되는 이유로 가장 먼저 그의 석방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사법당국, 의회가 서로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대두됐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아마디네자드가 석연찮은 승리를 거둔 이후 권력기관 간 권력투쟁 양상이 심심찮게 노출됐다. 아마디네자드의 쇼어드 석방 발표에 제일 먼저 제동을 건 쪽은 사법당국이지만, 일부 보수파 의원들과 혁명수비대도 불만을 드러냈다. 보수파 의원인 아메드 타바콜리는 쇼어드 석방은 “코란 불태우는 사람에 대한 보너스이자 우리의 평화적 핵개발 문제를 강력한 제재로 맞선 미국에 대한 보상”이라며 반발했다. 혁명수비대도 매우 드물게 쇼어드 석방에 대한 불만을 반관영 파르스 통신의 논평을 통해 제기했다. 혁명수비대는 “먄약 미국인들이 간첩이라면 그들은 왜 관용을 받고 이슬람 정의를 피해야 한단 말인가”고 반문했다. 국제인권캠페인의 하디 가에미는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쇼어드는 이란의 정치 투쟁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면서 “이는 이란 보수 기관 간에 갈등이 얼마나 깊은 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쇼어드 석방이 지연되는 두 번째 이유로는 보석금를 둘러싼 이란과 가족 간의 줄다리기를 들 수 있다. 쇼어드의 변호인 마수드 샤피에 따르면 쇼어드 보석금 협상은 스위스 외교관들이 가족과 미국 정부를 대신해 하고 있다. 일단 쇼어드의 가족들은 보석금을 마련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석금 규모를 줄여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미 정부도 보석금 취소 또는 규모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백악관의 토미 비터 대변인은 “상황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에 억류된 외국인 가운데 과거에도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보석금 문제만 타결이 된다면 쇼어드 석방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테헤란에 있는 이스파한 대학의 강사인 프랑스인 클로틸드 레이스는 지난해 6월 대통령 선거 이후 혼란 상황에서 간첩 관련 혐의 체포돼 10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5월 30만달러 상당의 벌금형으로 감형된 뒤 석방됐다. 지난해 이란 대선 취재 중 이란 당국에 체포된 <뉴스위크>의 마지아르 바하르 기자도 4개월 억류 끝에 30만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바 있다.


 쇼어드의 석방이 지연되는 마지막 이유로는 이란 핵개발에 대한 미국의 이란 제재를 생각할 수 있다. 이는 다분히 기술적인 문제다. 미국의 제4차 이란 제재는 과거 외국인 석방을 위한 보석금 지급 창구로 이용돼 온 이란 멜리 은행을 통한 금전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쇼어드가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려면 멜리 은행에 대한 제재를 일시적으로 풀어야 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지난 5월20일 가족 재회 직전 테헤란 에스테그랄 호텔 방에 포즈를 취한 쉐인 바우어, 쇼어드, 조시 파탈(왼쪽부터)                                                                      테헤란/AP연합뉴스

   쇼어드는 지난해 7월말 약혼자 쉐인 바우어와 친구 조시 파탈과 함께 이란 국경지역을 여행하던 중 국경을 넘어 이란 당국에 간첩 혐의로 체포된 뒤 억류돼 왔다. 다른 두 사람과 달리 쇼어드의 석방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은 그가 부인과와 관련한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유방에 잠재적으로 약성 종양이 생길 우려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건강 악화가 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쇼어드의 어머니 노라 쇼어드를 비롯한 억류자 가족들은 지난 5월 이란에서 자식들을 만난 적이 있다. 특히 쇼어드의 어머니는 지난 달 10일 이슬람 금식기간인 라마단이 시작될 때 딸의 건강을 이유로 이란 지도자들에게 석방해 줄 것을 호소한 적이 있다. 누구보다도 자식들의 석방을 갈구해온 억류자 가족들은 지난 9일 이란 당국이 쇼어드 석방 문제를 언급하자 페이스북에 “우리는 뉴스 보도가 사실이고 이것이 3명의 자식들이 길고도 힘든 억류가 끝나는 신호가 되길 희망하고 기도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게재하기도 했다.


쇼어드와 그의 약혼자 쉐인 바우어가 지난 5월21일 이란 억류 중 첫 가족과의 재회에서 각자 어머니를 끌어안고 있다.                                                                       테헤란/AP연합뉴스

Posted by emu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