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하지는 않지만 1988~89년 무렵 병장 월급은 1만원이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고맙게도 내가 복무하던 부대는 쥐꼬리만한 월급을 자대 배치 이후 전역 때까지 통장에 차곡차곡 쌓아줬다. 특수부대여서 위험수당이 월급만큼 더해졌다. 27개월 뒤 1989년 봄 제대할 때 30만원가량의 목돈이 든 통장을 받고 기분 좋았던 기억이 새롭다. 28년이 지난 2017년 병장 월급은 스무 배 이상 오른 21만6000원이란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어떤 이는 ‘20만원 고지 돌파’에 의미를 두지만 최저임금으로 환산하면 여전히 쥐꼬리 수준이다. 2017년 최저임금은 월급 기준으로 135만2230원이다. 병장 월급은 최저임금의 약 16% 수준에 불과하다.
새삼스럽게 병장 월급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번호 표지이야기 때문이다. 애국 착취, 노인 착취, 셀프 착취 등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을 다뤘다. 착취. 자본가나 지주가 노동자에 대해 그 노동에 비해 싼 보수를 주고 그 이익의 대부분을 독점하는 것을 말한다. 옛 군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 애국 착취라는 말은 익숙하지 않은 표현이다. 과연 군 시절 나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가. 아니다. 애국 착취라는 군대의 저임금 문제는 깨닫지조차 못했다. 물론 당시도 착취라는 단어가 만연했다. 다만 ‘열정페이’라는 고상한 말로 포장하지 않았을 뿐이지만.
‘착취 공화국’이라는 우리의 진단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가 임금 착취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더 이상 이들에게 임금 착취를 감내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우리 앞의 미래는 암울하다. 장기불황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공지능(AI)에 노동력을 빼앗기리라는 전망에 의기소침해진다.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어쩌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일은 과거 무상보육처럼 극심한 논란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망설이면 사회는 붕괴된다. 국가 대개조라는 촛불민심의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대선의 해인 2017년이 그 논의의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조찬제 편집장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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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24&artid=201701031659001#csidxcd2ffef9d1b4cad96012c0a9bc20c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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