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15개 교육청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동안 광주시교육청의 ‘5·18 교육’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인천과 경북을 제외한 15개 시·도 교육감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개최, 5·18 계기교육 지원, 5·18 체험학습, 광주 오월민주강사단 교육, 학생 희생자 추모사업 등을 펴기로 했다. 이들은 또 4·19혁명, 제주 4·3사건, 부마항쟁, 대구 2·28사건 등 현대사의 주요 사건에 대한 보조교재도 만들기로 했다. 초·중·고교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각 지역 교육청이 시대정신을 받들어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5·18 교육은 일부 교육청이나 전교조 중심의 교사들이 계기교육 차원에서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5·18 즈음만 되면 일선 교육 현장은 이를 둘러싼 갈등에 휘말려왔다. 무엇보다도 입맛에 따라 5·18을 폄훼·왜곡·축소해온 보수정권 탓이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2015년 말 국정 역사교과서 밀어붙이기에 나서면서 국가 스스로가 갈등의 주체가 됐다. 지난 1월 공개된 중·고등 역사, 한국사 교과서는 검정교과서에 비해 사실관계를 모호하게 기술하고 진상을 축소·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이상 5·18 교육을 둘러싼 소모전은 사라져야 한다.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선 광주 시민들의 투쟁은 1987년 6월항쟁과 지난해 촛불혁명을 이끌어낸 원동력이자 한국 민주화운동의 뿌리임을 부정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5·18 기념사에서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오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으나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면서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제2호 업무지시를 내려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들이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은 문 대통령이 시대정신을 잘 읽고 있기 때문이다.
5·18 교육은 민주시민 양성과 한국 민주주의의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은 쓸모가 없다. 15개 시·도 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향후 교육의 자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아울러 인천과 경북 교육청도 빠른 시일 안에 5·18 교육에 동참하길 바란다. 교육에 지역차별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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