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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4대강 사업, 이번엔 바로잡자(170523)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4대강 보 상시 개방, 물 관리 환경부로 일원화,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 착수 등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정책감사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후속처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 이전에 많은 시민의 바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라 할 만하다. 

 

4대강 보 상시 개방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대선후보들이 공약했고 녹조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여름철을 앞둔 요즘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이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 논란을 일으킨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녹조라떼’라는 오명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 개방은 수질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아울러 정부는 보의 유지와 철거를 좌우할 수 있는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의 구성과 그 역할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보의 철거 여부도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수질은 환경부, 수량은 국토교통부로 이원화된 물 관리는 그동안 정책 비효율의 대표 사례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조치로 부처이기주의를 깨는 것은 물론 개발 위주의 정책을 보전과 관리 중심으로 틀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는 문 대통령의 재평가 약속을 이행한다는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정부 내 균형과 견제가 무너진 상태에서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된 사업이라고 한 평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특정 사업을 두고 4차례나 감사를 한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 사실 자체가 기존 3차례 감사가 각종 의혹을 해소하는 데 충분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이번 정책감사는 그동안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이정표가 되도록 철두철미하게 진행해 시빗거리를 일절 없애기 바란다. 정책 실패에 따른 국론분열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이명박 전 대통령 쪽도 이번 조치를 정치 보복이나 정책 뒤집기라는 편의적 잣대로만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4대강을 살려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4대강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하며, 정부 정책 결정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물은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다. 물 정책은 정권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5222034005&code=990101#csidx82b8c24dd5877e39b8a70be3f9f47f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