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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불신과 희망의 근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170509)

만 39세의 프랑스 정치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이 7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이 프랑스는 물론 유럽과 전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다. 그의 승리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경종이자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의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


원내 의석이 하나도 없는 신생 정당의 후보가 창당 1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주요 서방국가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기존 정치문법을 깨뜨린 그의 승리는 기존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회당 정부는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통합하는 데 실패했고, 애초 당선이 유력했던 제1야당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부패 혐의로 스스로 몰락했다. 그 결과 1958년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사회·공화 양당은 처음으로 대선후보가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는 치욕을 당했다. 마크롱은 그 틈을 파고들어 승리를 이뤄냈다. 물론 그의 승리 요인에는 극우 포퓰리즘 정권의 출몰을 반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지혜도 있다. 무능·부패 정권은 결코 두번 다시 선택받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준 좋은 예다. 

마크롱의 새로운 정치의 핵심은 중도주의다. 그는 법인세 인하, 복지 및 공공 일자리 축소 등 우파 정책은 물론 이민과 하나의 유럽을 존중하는 좌파 정책을 아우르며 프랑스 국민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프랑스판 제3의 길’로도 불리는 그의 중도주의가 프랑스 현실 정치에서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오랜 정치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시대적 산물이라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마크롱의 새 정치의 성패는 원외 정당 출신 대통령인 그가 어떤 정치력을 발휘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가 강조한 새 정치는 의회 기반 없이는 실현하기 어렵다. 다음달 프랑스는 총선을 치른다. 마크롱이 이끄는 정당 ‘앙마르슈(전진)!’는 모든 선거구에 후보자를 낼 것이라고 한다.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마크롱의 새 정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다가오는 총선에 마크롱식 새 정치와 그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 프랑스의 미래가 걸려 있는 것이다. 마크롱의 당선이 한국 대선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한국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교훈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기성 정치가 실패하면, 시민들이 변화를 선택한다는 사실은 프랑스나 한국이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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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5082036015&code=990101#csidx72e0e48e105a6b6b7ed3c75b79833b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