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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기후변화 국제 합의 무시하는 트럼프(1706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 등 세계 각국 지도자의 반대에도 파리 기후변화협정 무력화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는 전 지구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임에 틀림없다. 또한 전 세계 국가들이 참여해 만든 국제협약을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무시하는 폭력적인 행태나 다름없는 일이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이런 태도는 어떤 변명으로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전 지구적 합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전후로 파리협정을 부정한다고 공언해왔다. 그는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할 만큼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불신했다. 이런 개인적 인식 외에 국익을 앞세우는 미국 우선주의에 근거해 협정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도 기후협정을 부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미 정부도 인정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기후변화를 ‘위협 증폭기’라고 했고, 국가정보위원회는 “향후 20년 동안 정치·경제·사회·안보에 직간접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협정 탈퇴는 지도력 실추나 외교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어 미국 안에서도 논란이 됐다. 아무리 국익이 중요하다해도 동맹국이나 파트너와 협력해야 미국 우선주의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협정을 탈퇴하면 미국 입장에서도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트럼프가 모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중국에 이어 세계 온실가스 배출 2위인 미국이 발을 뺀다면 후유증은 심각할 것이다. 무엇보다 파리협정은 유명무실해진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협정을 준수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게 하고, 나아가 ‘탈퇴 도미노’를 자극할 수도 있다. 다행히 중국과 유럽연합이 미국의 탈퇴와 상관없이 파리협정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2일 발표하기로 했다. 이 약속이라도 성실히 이행하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모으는 일이 절실하다. 

세계는 이제 미국 없이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청정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언젠가 다시 미국을 협정에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012107035&code=990101#csidx61b0887ea34ef42a0a49ea1784bd7a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