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군인들이 작전 개시 닷새만인 2월 17일 마르자 시내의 한 시장 건물에 아프간 국기를 게양한 뒤 경례를 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됐다. 미군, 영국군, 캐나다군 등 국제안보지원군(ISAF)과 아프간군 등으로 구성된 연합군 1만5000명은 2월 13일 탈레반의 근거지인 헬만드주의 마르자에 대한 대공세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 1일 미군 3만명 증강과 함께 2011년 7월 철군을 핵심으로 하는 오바마의 아프간 새 전략이 시험무대에 오른 것이다. 대공세 닷새째인 지난 2월 17일 아프간군은 마르자 중심부 시장에서 아프간 국기를 다시 내걸었다. 아프간 국기 게양은 오랫동안 탈레반의 손아귀에 놓였던 마자르가 아프간 정부의 영향권에 들어섰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국기 게양이 완전한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기 게양식에 참석한 모하마드 굴랍 망갈 헬만드 주지사는 “마르자에서 무장세력이 완전히 척결됐다거나 그들이 설치한 사제폭탄이 제거됐다고 선언하기는 이르다”며 성급하게 승리감에 도취되는 것을 경계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망갈 주지사는 “군사적인 측면에서 아직 (작전 완료) 시기를 상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합군의 이번 작전 목표는 마자르에서 탈레반을 축출하는 데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새 전략 목표는 탈레반 축출 후 아프간 정부 이식
연합군이 마르자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마르자가 탈레반의 주 자금원인 헤로인 생산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탈레반과의 싸움에서 최종 승리를 거두려는 연합군 입장에서는 마자르 탈환이 그 첫걸음인 셈이다. 이번 전투는 여러가지 점에서 과거 전투와 다르다. 군사 규모 면에서는 2001년 아프간전 개전 이후 최대다. 또 작전 지역 안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에게 피신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탈레반에겐 퇴각의 길을 내주기 위해 사전에 작전 계획을 공개했다. 민간인 피해 최소화와 신속한 작전 수행을 위한 전술의 일환이었다. 이 점에서 2004년 11월 미군이 이라크의 팔루자에서 벌인 전투와 닮았다. 실제로 미국 언론들은 이번 마르자 대공세는 팔루자 전투를 모델로 삼았다고 전하고 있다. 사전에 경고한 만큼 팔루자 전투는 신속하게 진행됐다. 미군은 당시 과거 전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군사장비를 동원하고 적에 관한 정확한 정보 등을 바탕으로 2주만에 팔루자를 탈환했다. 팔루자 전투는 그 이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도시를 탈환하는 모범 사례로 꼽혀 미 국방부가 미래 전투의 전형으로 삼는 계기가 됐다.
미 해병대와 아프간 군인들이 2월 14일 마르자 외곽 바둘라쿨프 지역에서 탈레반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전투가 과거 전투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작전의 목표다. 과거 탈레반 섬멸작전은 탈레반을 작전지역에서 축출하는 데 그쳤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마르자에서 탈레반을 축출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탈레반 축출 뒤 점령지의 치안을 확보하고, 지역 정부의 기능을 되살려 다시는 탈레반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경제 재건 프로그램과 주민 화합 정책이 전후 계획에 포함돼 있다. 과거 작전이 탈레반 축출에만 그쳐 점령 지역이 다시 탈레반의 손에 들어가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지어로 ‘모두 함께’를 뜻하는 작전명 ‘무시타라크’처럼 이번 작전에는 아프간인이 대거 동원됐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연합군 1만5000여 명 가운데 아프간인은 전체의 60%에 이른다. 군인 4400명과 경찰 1100명, 행정요원들이 함께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의 아프간 새 전략 발표 직후인 지난해 12월 5일 아프간군과 함께 나우자드 지역에서 ‘코브라의 분노’ 작전을 통해 이 같은 목표 달성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이번 작전은 오바마의 새 전략이 적용되는 첫 대규모 전투라는 점에서 ‘오바마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 7월 이후 아프간에서 철군 방침을 밝힌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아프간인에 의한 아프간 통치’를 조속하게 이식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마르자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탈레반의 주 활동무대인 헬만드주와 칸다하르주 전체에서 새 전략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속셈이다. 마이크 멀런 미국 합참의장은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에 “이번 작전은 탈레반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탈환해 지역 정부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계획은 작전지역 탈환 후 치안과 경제적 기회, 거버넌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작전이 성공해야 다른 지역에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인 손에 달린 오바마 새 전략
미국의 바람대로 군사작전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마르자에 아프간 정부를 세우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프간 정부를 다시 세우는 작업은 의지만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프간 내부 역량은 물론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오랫동안 탈레반의 영향력 아래 놓인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리처드 넬슨 연구원은 AP통신에 “중심은 아프간인”이라면서 “아프간 정부는 치안을 유지하고 스스로 기능해야 하지만 아프간 국민들이 탈레반을 거부하고 아프간 정부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더욱이 아프간 정부 요원들의 능력에 대한 회의도 일고 있다. 특히 미군 철수 후 치안활동을 책임질 아프간 경찰은 부패경찰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크리스틴 페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AP통신에 “유능한 아프간 경찰을 어디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며 미국 당국자들이 무슨 근거로 낙관하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엔도 군사작전 일변도의 마르자 대공세에 호의적이지 않다. 로버트 왓킨스 주 아프간 유엔 대표부 부대표는 2월 17일 “우리는 현재 (마르자에서 진행 중인) 절차와는 무관하다”면서 “인도적 활동이 군사적 행동과 연계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이 작전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왓킨스 부대표는 또 군사작전과 연계된 원조 활동이 구호기구의 인도주의 활동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 미군이 마자르 탈환 이후 그곳에 얼마나 주둔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미군의 주둔 기간이 길면 길수록 내년 7월을 시점으로 잡은 미국의 아프간 출구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르자를 장악한 미 해병대원들이 2월 17일 인적이 끊긴 시장에서 순찰활동을 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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