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방송은 지난 11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표현했다. 마크롱의 신당 ‘앙마르슈’가 총선 1차 투표에서 압승을 거둔 날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다음날 그를 태양왕으로 불리는 프랑스 절대군주 루이 14세에 비유했다. 이 같은 평가는 지난달 7일 대통령 당선 이후 그가 보여준 거침없는 행보와는 상반된다. 마크롱은 ‘악수 배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를 꺾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베르사유 궁전에 불러들여 위세를 과시했다. 최근 총선에서 패배해 궁지에 몰린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나서는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해 회유와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그래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마크롱이 독재자나 태양왕 루이 14세 이야기를 듣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강력한 대통령에 대한 야심을 감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장관 시절인 2015년 7월 마크롱은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 정치에 없는 것은 “군주 같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 선언 1년4개월 전이다. 지난해 4월 나온 그의 전기 제목은 <왕이 되기를 원한 은행가>였다.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는 “프랑스는 ‘보통’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프랑스 역사학자는 “마크롱이 루이 14세를 닮고자 열망하는 것 같다”고 했다. 마크롱이 태양왕과 같은 대통령이 되기를 원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마크롱의 행보는 철저히 이미지메이킹된 것이다. 실제로 마크롱의 이미지는 대선 전후에 달라졌다. 대선 전만 해도 그는 친언론·친서민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당선 후 태도가 표변했다.
마크롱은 그의 바람대로 대통령이 됐다. 그의 인기는 드골 이후 최고이지만 그에 대한 지지도는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대선 투표율은 지난 50년 동안 가장 낮았다. 총선 투표율은 50%를 밑돌았고, 그의 당이 얻은 득표율은 16%에 불과하다. 당장 반대자들은 거리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높은 지지율에 기대어 어느 누구에게도 지배되지 않는 절대군주가 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새로운 정치바람을 일으킨 마크롱이 꿈꾸는 대통령의 모습이 태양왕 루이 14세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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