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국내 최대 재벌 부회장 아들의 중학교 부정입학 사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귀족학교’로 통하는 모 국제중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것이 문제였다. 한국 최고 부자의 아들이 사배자라니. 시민들의 분노는 당연했다. 학교 측은 부모가 이혼해 사배자 전형의 ‘한부모가족’ 대상이라고 해명했다. 국제중 일반전형은 모집정원의 3배수를 뽑아 공개추첨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사배자 전형은 서류 심사만 통과하면 합격할 수 있다. 소위 ‘빽’이 통하는 것이다.
특권층 자녀의 입시부정만큼 학부모를 허탈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입시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례입학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유력 언론사주 딸의 고교 부정 편입학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특권층의 입시부정은 1960년대에도 만연했다. 1964년 9월30일자 경향신문에는 특권층 자녀의 경기중·고 편입학 기사가 실렸다. 한 달여 뒤인 11월3일 동아일보는 경기고가 돈을 받고 특권층 자녀 3명을 특별편입학시켰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1993년 5월8일 교육부가 발표한 5년간 대학 부정입학자 학부모 명단(452명)의 대다수는 국회의원, 언론사 사주, 전 장관, 변호사, 의사, 대기업 임원, 대학교수 등 특권층이었다.
최근 서울 유명 사립초등학교에서 재벌 회장 손자와 유명 연예인 아들이 연루된 학교폭력 의혹사건이 터지자 서울시교육청이 19일 특별장학에 들어갔다. 지난 4월 수련회에서 이들이 다른 친구 2명과 함께 야구 방망이 등으로 때리고 물비누를 먹이는 가혹행위를 했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교폭력이 아니라며 가해학생들에게 아무런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특권층 자녀를 특별대우 하는 그릇된 인식이 교육계에 팽배해 있음을 보여준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의 사퇴 뒤에도 아들의 고교 퇴학처분 무마 의혹이 있었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뿌리박힌 특권의식과 관행은 종식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라는 다짐은 헛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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