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일주일이 시작됐다. 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이, 10일엔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그사이 9일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결과에 따라 북핵 위기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역량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국내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싱가포르 CNA방송과 한 인터뷰 내용을 야권이 문제 삼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공조가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일 공조가 일본의 군사 대국화 빌미가 되어선 안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익을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되 중국과도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은 문재인 정권은 물론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일관되게 유지해온 것이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광해군 코스프레”니 “삼전도 굴욕”이니 하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중국 편향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 위협에 대해 한국의 생존만 생각한다면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과 동시에 국가 발전과 통일 기반 마련도 추구해야 하는 한국의 숙명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느 하나 경시할 수 없는 국익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이를 넘어 동맹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전략적 우려를 높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군사 대국화를 추진 중인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야권은 균형외교가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는 짧은 소견이다.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한·중 협력과 한·미동맹 유지·발전의 병행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 소는 미국 풀도, 중국 풀도 뜯어먹어야 산다”고 갈파한 바 있다.
균형외교의 성패는 이해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한·미 및 한·중 정상회담에서 모든 외교역량을 기울여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한국이 강대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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