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핵무기 폐기 운동을 펼쳐온 비정부기구 연합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선정됐다. 핵무기 감축과 궁극적인 폐기가 인류의 목표라는 점에서 이 단체의 수상은 환영하고 축하할 일이다. 우리가 이 단체의 수상을 주목하는 이유는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위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전형적인 예가 되고 있듯이 더 많은 국가가 핵무기를 구하려고 시도하는 실재적 위협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의 북한 언급은 북핵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수상 단체 사무총장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핵무기 보유는 물론 핵무기 사용 위협도 불법”이라며 “둘 다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벨위원회와 수상 단체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달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미 간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반핵 단체의 평화상 수상이 북핵 위기를 해소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수상 단체는 지난 7월 유엔이 채택한 핵무기금지협약에 도움을 주었지만 2007년 창립 이래 핵무기 감축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핵 없는 사회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미국 정부는 이 단체의 평화상 수상에 대해 “그 협약은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지 못할 뿐 아니라 단 하나의 핵무기도 없애는 결과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달가워하지 않았다. 미국은 핵무기금지협약에 동참하지 않았다. 기존의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대체하는 이 협약이 핵무기 개발과 비축은 물론 기존 핵무기의 전면 폐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공식 핵보유국인 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는 물론 비공식 핵보유국인 인도·파키스탄·북한·이스라엘 등도 불참했다.
핵보유국이나 핵우산 속에 있는 나라들은 핵 균형 유지,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핵무기 폐기에 반대한다. 그렇다고 북핵이나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폐기 등이 야기할 수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자유한국당은 북핵 위기를 틈타 전술핵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제기하는 핵 없는 사회를 위한 비전이 한반도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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