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가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사죄와 보상, 공정한 역사 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인권이사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잠정 보고서에 담긴 권고는 세 가지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하라” “이른바 위안부 문제 등 역사의 진실을 미래 세대가 배울 것을 보장하도록 노력하라” “성노예를 포함한 과거의 인류에 대한 범죄의 법적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성실하게 대처하라” 등이다.
유엔의 권고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핑계 삼아 국제사회의 위안부 논의를 회피해 보려는 일본의 시도를 봉쇄하는 것이어서 반가운 일이다. 더구나 지난달 말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일본의 집요한 방해 공작으로 보류된 뒤 나온 결정이어서 의미가 더 깊다. 하지만 인권이사회 권고는 구속력이 없다. 일본은 내년 인권이사회 총회 때까지 이 권고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혀야 하지만, 벌써부터 수용 거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보고서에 대해 “잠정적인 것”이라며 “각국에 우리 정부 입장을 철저하게 이해시키겠다”고 말했다. 인권이사회에 참석했던 일본 정부 대표는 “무엇도 부끄러워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엔의 권고를 비웃는 듯한 일본의 태도에 기가 찰 뿐이다.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의 올해 분담금을 지급하는 절차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실망스럽다. 분담금을 볼모로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보류시킨 일본이 목표를 달성하자 분담금을 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본은 기록유산 선정에 이견이 있으면 심사를 보류할 수 있도록 제도까지 바꿨다. 인권이사회 권고를 경시하고 분담금을 무기로 국제기구를 무력화하는 일본의 행태는 국제사회 지도국으로서의 책임있는 처신으로 보기 어렵다.
중요한 건 정부의 대응이다. 일본이 앞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된다.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시도가 일본의 로비로 무산됐을 때 정부의 유네스코에 대한 외교력이 도마에 올랐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마침 이병현 주유네스코 대사가 2017~2019년 임기의 집행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를 계기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의 외교력을 한층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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