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미국 뉴욕타임스 1면 머리기사를 처음 장식한 때가 1988년 6월24일(현지시간)이다. 제목은 ‘지구온난화는 시작됐다, 전문가 상원에서 말하다’였다. 미국 항공우주국의 제임스 핸슨 박사는 전날 미 상원에서 “지구온난화가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에 의해 강화된다고 99% 확신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그의 증언은 대중들에게 지구온난화·기후변화의 심각성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미래세대의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경종이었다. 하지만 정부를 움직이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2015년은 기후변화의 또 다른 이정표가 세워진 해였다. 그해 12월에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됐다. 195개국이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합의했다. 기후변화 소송에서도 새 역사가 쓰였다. 그해 6월24일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네덜란드 헤이그지방법원은 환경단체 위르헨다와 시민 900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항소법원(2018년 10월)과 대법원(2019년 12월)을 거쳐 확정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감축해야 한다.
그해 8월 미국에서도 의미 있는 기후변화 소송이 제기됐다. 눈에 띄는 점은 원고들이다. 원고 21명은 8~19세의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핸슨 박사의 손녀 소피 키블리핸(당시 16세)도 있었다. 이 소송은 뒷날 스웨덴의 10대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미래세대 환경운동가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기후변화로부터 보호받을 헌법적 권리를 주장하며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했지만 제9항소법원은 지난 1월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의 당사자 적격 사유 부족”이 이유였다.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지난 13일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정책이 생명권·환경권 등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냈다. 한국 미래세대의 첫 기후소송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지구온난화 위험에 놓여 있는 다음 세대 청소년들”이라고 했다. 한국의 기성세대는 유독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다. 이 소송의 결말이 궁금하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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