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다빈치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500여년 전에 그린 예수 그림이 미술품 경매 역사를 다시 썼다. 다빈치가 1500년 무렵 그린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지난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경매와 개인 간 거래를 통틀어 사상 최고가인 4억5031만2500달러(수수료 포함·약 4960억원)에 낙찰됐다. 가로×세로 45.4㎝×65.6㎝인 이 작품은 푸른 로브를 입은 예수가 오른손을 들고 있고, 왼손에는 수정구를 들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이 작품이 경매 전부터 관심을 끈 것은 현존하는 작품이 20점도 안되는 다빈치의 유화 중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유일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수의 얼굴은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와 닮았다.
이 작품의 재발견과 복원 및 진품 판명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크리스티 경매 측은 ‘베스트셀러 스릴러물’이라고 했다. 다빈치는 프랑스 국왕 루이 12세를 위해 이 작품을 그린다. 그의 딸은 영국 국왕 찰스 1세에게 시집가면서 이 작품을 가져간다. 당대의 최대 미술품 수집가인 찰스 1세의 소장 목록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찰스 1세가 청교도혁명(1640~1660)으로 1649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이 작품은 순탄치 않은 역정을 걷는다.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1688~1689)이라는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찰스 1세의 둘째 아들 제임스 2세의 정부 손에 넘어간다. 18세기 말까지 그 후손이 지닌 것은 확인된다. 그러나 그 후 약 200년 동안 행방은 묘연해진다. 1900년 영국 수집가 허버트 쿡 경에 의해 빛을 보지만 얼굴과 머리카락 부분이 심하게 덧칠해진 상태였다. 1958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45파운드에 팔린 뒤 2005년까지 또다시 종적을 감춘다.
2011년 마침내 다빈치의 작품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미국 아트딜러협회 컨소시엄 덕분이다. 6년 전 한 경매에서 1만달러도 안되는 가격에 사들인 이들은 전 세계 유명 큐레이터와 미술관이 참여한 복원 및 진본 확인 작업 끝에 다빈치의 진품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해 겨울 영국 내셔널갤러리 전시회와 2013년 러시아 컬렉터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의 구입(1억2750만달러)을 거쳐 이날 경매에 오른 것이다. 다빈치는 세계 최고가 미술품으로 그의 위대함을 증명했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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