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질환자나, 환자를 마취시켜 수술할 때 인공적으로 호흡을 조절해 폐에 산소를 공급하는 의료장비가 인공호흡기다. 얼굴마스크형에서부터 코마스크형, 마우스피스형, 후드형, 기계형 등 다양하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컴퓨터로 작동하는 기계형은 5만달러나 한다. 인공호흡기가 손 세정제, 마스크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의 필수품이 됐다. 심각한 코로나19 감염자에게 인공호흡기는 말 그대로 생명선이다. 바이러스가 폐를 집중 공격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 6명 중 1명은 인공호흡기의 도움이 필요하다. 문제는 인공호흡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인공호흡기 확보를 위해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확진자 최다국인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인공호흡기를 확보하기 위해 전시동원 체제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전시물자생산법을 발동해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에 인공호흡기 생산령을 내렸다. 두 회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탱크와 전투기, 각종 무기를 만든 경험이 있다. 트럼프는 “100일 안에 인공호흡기 10만개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이 확보한 약 16만개와 연방정부가 전략물자로 비축 중인 1만2700개를 더해도 수요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확진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뉴욕주는 3만개가 필요하지만 확보한 수량은 절반에 불과하다. 영국은 이달 중순 이미 자동차 제조업체 등 자국 기업 60군데에 SOS를 쳤다. 필요한 3만개 중 8000여개밖에 확보하지 못해서다. 진공청소기 제조업체 다이슨은 조만간에 1만5000개를 공급하겠다고 화답했다. 약 2만5000개를 확보한 독일은 내년까지 1만개를 생산할 것을 자국 업체 드래거에 명령했다. 이탈리아는 동물용을 전환해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수면무호흡증 기기와 마취기기까지 대안으로 고려 중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장비 확보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전 세계 54개국이 코로나19로 의료장비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스위스 등 일부 국가들은 특수를 누리는 중이다. 최악의 경우 의사가 부족한 인공호흡기를 누구에게 줄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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