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막을 최고의 방책은 ‘고립’과 ‘격리’다. 전 세계가 물리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람이 매개체이다 보니 확진자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12월31일 첫 환자가 보고된 이후 석 달 만인 30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72만명을 넘었다. 사망자도 3만4000명에 이른다. 실시간 코로나 자료를 제공하는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199개 나라와 지역, 2척의 크루즈선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실제로 ‘고립’의 대명사로 통하는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마저 코로나 침투를 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구상에는 여전히 감염자가 한 명도 없는 ‘코로나 청정지역’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남극이다. 28개국이 과학기지를 운영 중이지만 엄격한 입국 통제 덕분에 확진자가 없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되기 전에 겨울로 접어들면서 많은 나라가 기지를 폐쇄한 것도 한몫했다. 지금은 가장 안전한 곳이지만 코로나 감염자 방지는 이곳의 최우선 과제다. 만에 하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엄청난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좁은 곳에 갇혀 있는 데다,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환자를 빼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외부인이 몰려들 교체기를 생각하면 긴장의 끈을 놓지도 못한다. 기지를 둔 대부분 나라가 확진자 다발국이어서다. 결국 고립과 격리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나우루·바누아투·투발루·통가·사모아·키리바시 등과 인도양의 코모로 같은 곳에서도 아직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엄격한 입국 금지 덕택이다. 대륙에서는 북한,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 중동의 예멘, 아프리카의 남수단·시에라리온·부룬디·보츠와나·레소토·말라위·서사하라가 확진자 ‘0’ 상태다. 하지만 이 통계를 신뢰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공식적으로 감염자 수를 밝히지 않은 북한에서도 국경지대 군부대에서 100명 이상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다. 나머지 국가에서는 전쟁이나 내전 탓에 집계가 불가능한 상태다. 국가 기능이 마비되고, 의료 시설이 열악한 이곳에 코로나19가 침투하면 대재앙이 될 것이 뻔하다. 코로나 청정국이 아니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코로나 사각지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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