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폐막일인 28일 예정대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다. 법 제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시한 처사로,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날 통과된 법안은 초안을 더욱 강화해 단순 시위 가담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처벌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홍콩 시민들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무시한 법안이다. 지난해 ‘송환법 사태’ 때처럼 홍콩을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것을 넘어 지구촌에 최악의 리스크를 초래했다.
홍콩보안법 통과는 중국이 스스로 정하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일국양제’ 원칙을 파기했다는 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 외교와 국방 주권은 중국이, 고도의 자치권은 홍콩이 갖는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중국의 홍콩 통치원칙이다. 리커창 총리는 홍콩보안법 통과 후 “일국양제의 안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궤변일 뿐 법 제정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우려되는 것은 이 법이 불러올 파장이다. 미국은 당장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 박탈 절차에 돌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홍콩이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그동안 경제·통상 등에서 보장해준 홍콩의 특별지위를 빼앗아 중국 본토처럼 다루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만, 남중국해,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에서도 대립하고 있어 양국의 대결 양상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게다가 미·중은 각국을 자기편에 서라고 줄을 세우고 있다.
미국이 미·중 무역합의 파기·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등 압박카드를 꺼내들고, 중국이 이에 맞대응을 한다면 세계 경제는 상상할 수 없는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최소한 오는 11월 미 대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중은 국제사회의 재앙이 될 대결을 자제해야 한다. 우선 중국이 긴장고조 행위를 멈춰야 한다. 이날 법 통과 후 전인대 상무위원회 심의 및 표결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입법행위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또한 대선이라는 국내 정치에 중국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또한 반중국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 참여를 요구할 것이라고 하는데, 부적절하다. 세계 각국도 미·중 양국의 세력 확장에 한쪽 편을 들기보다 패권 싸움을 막는 데 협력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의제 삼아 양국 갈등 조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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