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일상적인 사회·경제활동을 하면서 방역수칙을 실천하는 ‘생활방역’체계가 시행된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실시해온 ‘강도 높은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한 지 45일 만이다. 생활방역체계로의 전환은 신규 확진자 수가 한 달 가까이 50명 미만으로 줄어드는 등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시민들은 거리 두기의 핵심인 다중 행사나 모임 참석 자제, 재택근무, 자가 격리 등으로부터 벗어나 예전의 일상으로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개인이 방역의 주체가 되고, 여전히 취약집단이나 방역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생활방역체계에 돌입함에 따라 코로나19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숨어 있는 감염원을 찾아내 검사를 진행하는 일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국내 거주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 39만명을 포함해 약 130만명에 이른다. 누구보다도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다.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생활을 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기 쉽다. 이들은 공적 마스크 구매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 더욱이 국민 누구나 받는 기본재난지원금의 수혜 대상도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2월 정부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치료비 전액 부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신고 불이익 면제 조치를 취했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리 소홀이 가져올 파장은 싱가포르 사례가 잘 보여준다. 지난 3월 중순까지 방역 모범국으로 분류된 싱가포르는 섣부른 등교개학을 한 탓에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확진자 1만7000여명 가운데 75%가 이주노동자이다. 정부도 싱가포르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생활방역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주노동자 방역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일정 기간 단속 유예와 코로나19 검진을 받은 불법체류자 고용주에게 향후 범칙금 감면, 휴가 등으로 일시적으로 출국했다 귀국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자가격리 장소 제공 등이다. 아무리 좋은 대책도 수요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되면 무용지물이다. 정부는 이주노동자 대책이 잘 이행되는지 관리·감독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생활방역이 성공을 거두어야만 현재 가장 높은 ‘심각’ 단계인 감염병 위기경보의 하향 조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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