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5일 오전(현지시간) 현재 바이든은 264명의 선거인단 대의원을 확보, 당선에 필요한 270명을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써 지난 4년간 세계를 곤혹스럽게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은 퇴장하게 됐다. 바이든은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반세계화, 보호무역, 반이민 등과 결별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 회복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국제사회의 희망대로 바이든이 미국을 정상화하기를 기대한다.
바이든 후보의 첫 번째 과제는 트럼프 대외정책의 전환이다. 핵심은 ‘미국 우선주의’를 종식시키는 것이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트럼프가 훼손한 동맹관계를 재건해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다자주의를 강조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인권위원회, 파리기후변화협정 등 트럼프가 탈퇴한 국제기구와 협정 복귀도 천명했다. 바이든은 지난 4일 “취임 전까지 파리협정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파리협정 재가입은 기후변화 및 환경 중시 정책을 펼치겠다는 메시지이다. 트럼프 정부의 과오를 되돌린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바이든은 2050년까지 100% 청정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이는 등 기후변화 및 환경 정책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지구촌 최대 과제인 환경 문제 해결에 지도국가로서 앞장서야 한다.
경제·통상 정책에서는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낮추는 것이 과제다. 물론 바이든 시대에도 자국 우선주의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호무역주의가 지속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무역자유·개방경제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 “중국에 대한 접근은 미국의 국익에 따를 것”이라고 밝혀 대중 강경 노선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은 그동안 주한미군 철수와 과도한 방위비를 부담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에서 한·미동맹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에 기대를 건다. 특히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대북정책, 특히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재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바이든은 그동안 여러 차례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을 폐기하고 실무협상을 통한 원칙적 접근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북핵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는 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2인자였던 바이든 후보가 당시처럼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때와 달리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미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미·중 갈등에 따른 압박이다. 바이든은 동맹과 유대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대중 포위망에 한국을 편입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노력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국면이 정리되지 않은 미국의 불확실성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새 정부와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트럼프 때와 다르게 남북관계 진전과 한·미동맹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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