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도 안 된 영아 A양을 입양한 뒤 학대해 생후 16개월 만에 숨지게 한 입양모 B씨가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일어났다. 사건 발생 후 드러난 비정한 모정과 뻔뻔함의 극치를 보면 그의 구속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사건은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에도 비극을 막지 못한 아픔을 품고 있고, 사회적 경각심과 재발방지책이 시급하다는 숙제를 남겼다.
A양은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 온몸에 멍이 든 채 실려온 뒤 짧은 생을 마감했다. 사인은 아동학대를 의심할 만한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었다. 문제는 지난 5월 A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가 멍 자국을, 6월엔 엄마의 지인들이 차 안에 혼자 3시간이나 방치된 것을, 9월엔 소아과 의사가 영양실조를 이유로 세 차례나 아동학대 신고를 했음에도 제대로 혐의를 찾거나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찰은 그럴 때마다 입양 부모의 말을 믿고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경찰의 부실 대응이 A양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B씨의 처신은 분노를 살 만하다. 그는 A양 사망 당일 병원으로 데려가면서도 긴급구호를 전혀 하지 않았다. 119구급차 대신 택시를 타고 가다 택시기사의 타박을 받고서야 119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B씨 가족이 지난달 초 모 방송의 입양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함께 출연해 행복한 모습을 연출한 것은 뻔뻔함의 극치다. 영상에는 A양 이마에 멍 흔적이 있었는데, 사망 소식 후 비공개로 처리됐다고 한다.
아동학대를 막으려면 조기에 피해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분리해 보호시설로 격리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 학대 여부 판단에는 주저하거나 오판하는 일이 많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배치하기로 한 방안을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 경찰 대처 과정의 문제점도 제대로 감찰하고, 입양아 학대를 막기 위해 입양 과정에서의 검증뿐 아니라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비슷한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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