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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승리와 화합 외친 바이든, '탈 트럼프' 시대 닻 오르다(201109)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제46대 미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 언론들은 7일 밤(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네바다주에서 이긴 바이든 후보가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승리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도 곧바로 대선 승리를 선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쐐기를 박고, 바야흐로 ‘바이든 시대’가 시작됐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트럼프 집권 4년간 편가르고 군림하려고만 한 미국은 다시 정상화돼야 한다. 국제사회의 오랜 바람을 바이든 당선자가 실현하기를 기대한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분열이 아닌 화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가 미국을 지구의 등대라고 믿는다”며 “미국이 전 세계에서 존경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전문가 그룹도 9일 임명할 거라고 예고했다. 미국의 화합과 국제사회의 존경 회복, 코로나19 대처를 향후 최우선 국정과제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4년이 후행시킨 유산들로,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다. 트럼프 집권 4년의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미 사회에 분열과 갈등의 씨앗을 뿌려 미국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았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대응 등 현안에서도 신뢰의 리더십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고립을 자초해 국가적 위신을 땅에 떨어뜨렸다. 바이든의 승리는 이에 대한 반작용이다.

 

트럼프 4년 청산은 만만치 않은 도전과제다. 바이든은 쪼개진 미국을 치유하기 위해 화합을 강조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펜실베이니아·조지아·위스콘신 등 일부 경합주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승부는 미 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008년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도 화합을 강조했지만 그 후 인종주의와 흑백 갈등이 심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대선 불복과 소송전은 오히려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 당선자 확정 지연과 정권인수 작업 방해가 현실화한다면 국정 혼선이 길어지고 미 사회는 더욱 심한 분열과 갈등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적극 대응키로 선회하는 게 다행스럽지만 이 또한 처방·봉쇄 강도에 따라 새로운 갈등을 부를 수 있는 불씨를 품고 있다.

 

국제사회의 존경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 첫걸음이 비정상의 트럼프 4년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약속대로 파리기후변화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 복귀를 조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트럼프의 반기후변화·반환경·반이민 정책도 되돌려야 한다. 경제·통상 정책에서도 일방적인 고립주의와 보호무역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갈등을 보이고 있는 미·중관계뿐 아니라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인과 국제사회가 바이든에 거는 기대는 크지만 희망과 불안도 교차하고 있다. 바이든의 공약이 제대로 이행될지 불투명하고, 트럼프의 불복으로 승자가 미확정된 미 정국의 불확실성도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36년부터 부통령 8년까지 약 반세기를 공직에 투신해온 경륜 있는 정치가다. 바이든이 국제사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공약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 ‘몽니’를 부리는 트럼프의 대선 승복과 그 지지자들의 협조는 바이든 시대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트럼프 정부의 원활한 정권 이양도 절실하다. 바이든 당선자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새로운 번영과 화합을 가져오는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