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완전한 사면권을 갖고 있다고 모두가 동의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7월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미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러시아 게이트’로 한창 궁지에 몰렸을 때다. ‘완전한’이란 단어에 주목한 언론과 헌법학자는 권력남용 의혹을 받고 있던 트럼프가 스스로를 사면 대상에 넣으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이렇게 시작된 ‘셀프 사면’ 논란이 트럼프 퇴임 목전에 미 정가의 현안으로 재부상했다.
트럼프는 탈세, 보험사기, 성폭행 의혹 등으로 수사받고 있다. 현직 대통령은 형사소추를 받지 않지만 퇴임하면 보호막은 사라진다. 셀프 사면이 퇴임 후 안전망이 될 수 있지만, 관건은 어느 것 하나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을 보장한 헌법엔 관련 규정이 없다. 전례도 없다. 미 법무부도 1974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탄핵당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셀프 사면에 대해 부정적으로 선을 그었다. 셀프 사면은 반헌법적이라는 중론을 넘어야 할 난제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가 셀프 사면을 감행하면 법적 쟁투가 벌어질 수 있다. 특히 공화당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6명이 물러나는 트럼프의 손을 들어줄지 거부할지는 알 수 없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임기 만료 전 사임하고, 대통령직을 승계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그를 사면하는 방식을 거론한다. 과거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닉슨을 사면한 방식이다. 펜스가 대통령 승계 대가로 사면해줬다는 책임을 져야 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
현실적 대안으로는 셀프 사면 꼼수보다 조 바이든 당선자의 사면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12월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바이든 승리 시 백악관을 떠날 것”이라고 한 트럼프의 말은 그런 복심을 비친 것으로 읽힌다. 대선 승복과 사면을 주고받는 출구전략을 짜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해온 트럼프는 사면의 대전제인 유죄 인정을 해야 한다. 자존심을 꺾고 실리를 택하는 길이다. 트럼프가 대선 불복으로 미국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렸지만 화합을 강조한 바이든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다. 전·현직 대통령끼리 초유의 딜이 일어날까. 지켜볼 일이다. 트럼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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