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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기사/경향신문 사설

[사설] ‘설 과로사’ 걱정하는 택배노동자 절규,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210118)

택배노동자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총파업 투표에 나선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설 명절 특수 전까지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과로 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설 특수기에 노동자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며 19일 예정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20~2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총파업 예고는 과로 방지책을 마련해달라고 행동하는 것이다. 지난 추석 때 택배사와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 시작한 뒤에도 과로로 쓰러지는 노동자가 끊이지 않는 만큼 외면할 일이 아니다. 본격적인 설날 배송이 25일부터 시작되기 앞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택배노조는 분류인력 투입과 그 비용의 택배사 부담, 야간배송 중단 및 지연배송 허용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추석과 연말연시 특수 때와 같은 내용이다. 택배회사들이 택배 분류인력 확충과 심야배송 금지 등을 약속하고, 정부도 과로사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국회도 생활물류법을 통과시켰음에도 이 문제가 반복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최대 쟁점은 택배 분류 작업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분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12월 이후에도 노동자 4명이 과로로 쓰러지고 1명이 사망했다. 매번 택배노동자가 긴 시간 분류 작업부터 하고 밤늦게까지 배송하는 게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사안은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해 생활물류법에서도 제외되고 추후 논의키로 했다. 지난달 초 출범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첫 회의에서 분류 작업은 택배사 업무로 잠정 합의했지만, 지난달 말 열린 2차 회의에서 택배사 대표로 참석한 물류통합협회가 합의 내용을 파기했다고 한다. 이달 12일과 14일 두 차례 더 회의를 했지만 진전이 없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는 택배 특수기에 빈발한다. 분류 작업 부담을 덜지 않는다면 설 연휴 앞에도 과로로 쓰러지는 택배노동자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파업이 시작되면 택배대란은 불가피하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도, 택배대란도 막아야 한다. 사회적 합의기구의 역할이 막중하다. 19일 회의에서 반드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길 바란다. 시민들은 택배노동자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추석·연말에 이어 다시 ‘늦어도 괜찮아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의 선의는 힘이 되지만 한계도 있다. 정부와 여야도 택배노동자 과로 방지 대책 이행사항을 점검하고 인력이 신속히 확충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