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사태가 쿠데타 발발 82일만에 중대한 전기를 맞았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최고사령관은 지난 24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폭력 중단과 건설적 대화, 아세안의 대화 중재, 인도적 지원 제공, 특사단 방문 등 사태 해결을 위한 5개항에 합의했다.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전개된 유혈사태를 끝내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녔다고 할 수 있다. 미얀마 군부와 아세안이 이번 합의를 얼마나 이행하느냐에 미얀마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성과는 양측이 유혈사태를 중단할 수 있는 즉각적인 폭력 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약속한 점이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는 군경의 폭력으로 700여명이 사망했으며, 체포·구금자도 3000명이 넘는다. 더 이상의 민간인 피해를 막는 것은 아세안과 반군부 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 뿐아니라 국제사회의 최우선 과제였다. 아세안 정상들이 이번 합의를 ‘고무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반군부 진영도 환영 입장을 밝혀 반전의 전기를 만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합의 당일에도 시민 1명이 군경의 총탄에 맞아 숨진 것처럼 언제든 유혈사태는 재발할 수 있다. 그러나 폭력 중단 합의는 나머지 합의안 이행에도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아세안이 고수해온 역내 내정 불간섭 원칙을 깨고 사태 해결의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선 것도 의미가 크다. 특히 반대 목소리도 불거졌지만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쿠데타 지도자를 회의에 참석시킨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고육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이웃 국가들의 대응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유엔도 풀지 못한 미얀마 사태의 해결까지 아세안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졌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합의 당사자들이 합의 내용을 충실히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군부의 합의 이행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정치범 석방이 이번 합의서에 빠진 것처럼 걸림돌도 많다. 군부는 최고 지도자가 국제사회와 약속한 합의사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아세안도 당근과 채칙을 들고 후속 작업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 국제사회도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과 민정 복귀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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