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번째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아시아나항공 2차 하청업체인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 5명은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천막에서 1년 가까이 복직투쟁을 이어갔다. 노동당국은 이들의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지만 사측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해고자 중 한 명은 이날 정년을 맞았고, 다른 한 명은 이달이 정년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직접 피해자들이다. 15개월째 이어진 코로나19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노동절임을 절감한다.
코로나19 속 무급휴직과 해고의 아픔은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비정규직·청년·여성 노동자들의 피해가 유독 컸다. 지난 3월 직장갑질119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실직 경험자 중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5배나 됐다. 여성 노동자는 남성보다 그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높았고, 청년실업률도 전체 실업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노동자가 겪는 고통은 해고만이 아니다. 노동 경시·홀대에 또다시 울고 있다. 서울의 대규모 아파트단지에서 한 달째 택배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측이 택배차량의 지상출입을 금지시키며 불거진 사태는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 노동자들이 아파트 안에 호소문을 붙이자 주민들이 주거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지난 1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는 온데간데없는 꼴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없다면 노동 경시 풍조는 사라지지 않는다.
더 이상 코로나19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사회 전체가 보듬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29일 코로나 최전선에 있는 필수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제정했다. 오랜 숙원이던 가사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안도 가시화하고 있다. 다행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노동존중을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성과는 미미하고 갈 길이 멀다. 코로나19를 이유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고 특별연장근로 범위를 확대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정책도 흔들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중소 사업장의 97%가 제외·유예되는 ‘누더기’ 입법이 돼 산재 보호에 구멍이 뚫리고,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도 요원하다.
올해 메이데이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노동절이다. 당면한 노동 관련 법·제도 정비뿐 아니라 노동 약자들의 생계와 안전을 지키는 것부터 발등의 불이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노동환경에 대한 대비 또한 중요하다. 코로나19 재난 속에서 다시 맞는 노동절이 노동 인권의 경각심을 높이고 정부의 역할을 다짐하는 또 한번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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