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조원 넘는 예산이 책정된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의 부정수급 사례가 4일 드러났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문제의 사업장은 정부 지원금을 빼돌리기 위해 이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대포통장까지 만들어 청년 몫 임금을 가로채왔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정부 지원금의 5분의 1밖에 받지 못했다. 부정수급 사업장이 법률사무소라는 사실에 말문이 막힌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악화된 청년 고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이 사업 지원자를 지난해보다 6만명이나 늘렸다. 이번에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터이다. 정부의 고용지원금 부정수급은 세금 낭비를 넘어 안 그래도 취업난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파렴치한 범죄 행위다.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한다.
정부 지원금을 빼돌리는 비리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 쌈짓돈’이라는 비판까지 나왔을 정도다. 대표적인 것이 고용유지지원금이다. 올해 예산만 1조50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자 부정수급 사례도 2018년 17건, 2019년 28건, 지난해 534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17년 도입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부정수급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지원금을 챙기는 수법은 대개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둔갑시키거나, 도입 취지와 다르게 친·인척을 채용하는 방식이 동원됐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청년 취업난은 심각하다. 지난해 청년고용률은 42.2%에 불과하고, 전년 대비 고용 감소폭(1.3%포인트)도 다른 연령대보다 컸다. 정부는 올해 청년고용 목표를 기존보다 24만여명 늘린 104만명 이상으로 잡았다. 예산도 1조5000억원을 높여 5조9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정부가 ‘일자리 약자’인 청년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지원금에 이토록 구멍이 뚫린다면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밑 빠진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정수급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조사해 문제가 있다면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말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지원금 부정수급이 사라지지 않는 데는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 책임도 크다. 정부는 청년고용 지원사업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해 부정수급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동시에 정부 지원사업이 청년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집행률을 높이는 데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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