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분노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의원 보좌관이 연루된 사건이 터졌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성매매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보좌관을 재임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잇단 보좌관의 성비위 사건에도 제 식구 감싸기만 하려는 국회의원들의 무딘 성인지 감수성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MBC 보도를 보면 지난해 4·15 총선 당시 박 의원 캠프의 사무장이던 A씨는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면직 처리됐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지 한 달 뒤 지역구 사무실 5급 비서관으로 재임용됐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성매매를 한 것도 문제지만 이 사실을 알고도 재임용했다니 놀랍다. 더구나 보좌관 재임용은 박 의원의 직접 지시로 이뤄졌다고 한다. 의원이 직접 지시하니 문제를 인식했다 한들 누가 반대할 수 있을까. 앞서 양 의원도 당선 후 지역사무소에서 동료 여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보좌관을 기용했다 호된 비판 끝에 당에서 제명 처분을 받았다. 최근 구속되기까지 한 이 보좌관은 양 의원의 가까운 친척이다. 보좌관의 잇단 성비위의 책임은 마땅히 해당 의원들이 져야 한다.
더욱 문제인 것은 두 의원이 말로는 권력형 성범죄 척결에 앞장서왔다는 사실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오거돈·박원순 시장의 성폭력 사건 때 지자체장의 성추행 등으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소속 정당의 공천을 제한하자는 ‘오거돈·박원순 방지법’ 대표 발의자였다. 공직사회의 성비위를 준엄하게 심판하자던 의원이 그 시기에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이다. 양 의원도 민주당 내에서 그동안 잇따른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고 성의식 대개조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의혹이 드러난 이후 성폭력이 없었다고 해명해 2차 가해 논란을 부르고 또 피해자에게 취업 알선을 제안하는 등 회유까지 시도했다.
박 의원은 의혹이 제기되자 사과하고 모든 당직에서 사퇴했지만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양 의원 사건이 터졌을 때 신랄하게 비난하며 민주당에 철저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런데 지금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남의 허물은 크게 들추면서 정작 자신들의 비리에는 눈감고 있다. 민주당은 성추행 의혹이 드러난 지 한 달 후에야 양 의원을 제명해 큰 비난을 받았다. ‘성비위 내로남불’은 부메랑이 될 뿐이라는 사실을 박 의원과 국민의힘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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