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440원)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됐다.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한 지난해에 비해 인상폭이 확대되고, 지난 2년간 유지한 인상 억제 기조에서 벗어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노동계의 숙원인 ‘1만원’ 문턱은 끝내 넘지 못했다. 특히 현 정부 5년 평균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 낮은 것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을 감안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집권 첫해부터 과감한 인상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결정연도 기준으로 첫 두 해는 16.4%, 10.9%로 크게 올랐지만 최근 2년은 2.9%, 1.5%로 인상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고용 쇼크에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복병을 만난 탓이다. 현 정부 5년간 평균 인상률은 7.2%로, 이전 정부 때 7.4%보다 0.2%포인트 낮다. 노동 존중을 내세운 정부의 성적표라고 믿기 어려운 실망스러운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마땅히 반성하고 남은 임기 동안 최저임금 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같은 결과는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최저임금발 고용 쇼크를 강조한 경영계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한 측면이 크다. 내년 인상률을 보더라도 경제성장률 전망치(4.0%)와 물가상승률(1.8%) 합계에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정부가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인상 효과는 갈수록 상쇄돼 최저임금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터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경영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왔다는 게 노동계의 불만이다. 어려움에 처한 경영계 처지를 감안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논란이 있는 만큼 충분히 살펴봐야 했다. 정보기술(IT) 업종을 비롯해 대기업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임금을 대폭 올린 현실을 감안했는지도 의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만큼 현장에서 준수하도록 관리·감독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올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위반율(27.6%)이 지난해(11.7%)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데서 보듯 영세 사업장일수록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이 ‘을과 을의 싸움’이 되지 않도록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안전판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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