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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가 쓴 칼럼/여적

[여적] 오바마 환갑잔치(210810)

버락 오바마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다섯 번째로 젊은 나이에 백악관에 입성했다. 취임했을 때 만 47세였다. 8년 뒤인 2017년 퇴임했을 때도 유엔 기준 청년(18~65세)이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전직 대통령’이 됐지만 현직이 부럽지 않았다. 오바마는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강연과 책쓰기로 엄청난 부를 모았다. 뛰어난 사교성을 바탕으로 한 록스타 못지않은 인기 덕분이다. 그렇게 모은 돈은 부동산에 투자했는데, 그중 하나가 매사추세츠주 고급 휴양지인 마서드비니어드섬의 1200만달러짜리 맨션이다.

오바마에게 일생일대의 오점이 될 만한 일이 그곳에서 일어났다. 지난 7일 밤(현지시간) 열린 60번째 생일 파티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춤을 추는 그와 하객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보안상 이유로 파파라치 접근을 막기 위해 드론까지 금지했음에도 일부 파티 참석자들이 소셜미디어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 사달이 났다. 특히 그 일대는 ‘실내 마스크 착용’이 강력하게 요청된 상태였다. 파티 사진이 공개되자 방역규칙 위반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성대하게 치르려던 환갑잔치가 악몽이 된 순간이었다.

 

논란은 생일 파티가 열리기 전부터 불거졌다. 할리우드 스타를 포함한 하객 475명, 준비요원 200여명 등 참석자가 700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베일에 가려진 대규모 파티를 여는 데 대한 시선이 고울 리가 없었다. 공화당 의원을 비롯해 취소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결국 오바마 측은 파티를 축소하기로 했다. 실외 텐트에서 파티를 열되 하객들에게 백신 접종 증명을 제출하게 하고, 마스크를 배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약속은 빈말이 됐다.

 

오바마는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써 많은 것을 잃었다. 결정적으로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이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파티 참석자에게 선물 대신 전 세계 청소년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져오게 한 그의 선한 의도도 빛이 바랬다. 최대 실수는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 아닐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임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의 행동이기에 안타깝다. 정치 지도자에게 타산지석이 되길 바란다.